[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호주의 남자 테니스 선수 닉 키리오스(세계랭킹 671위)가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성대결에서 여자 테니스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를 꺾었다.
키리오스는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섹시스’(Battle of the Sexes) 이벤트 테니스 경기에서 사발렌카를 세트 스코어 2-0(6-3 6-3)으로 제압했다.
호주의 남자 테니스 선수 닉 키리오스(오른쪽)와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가 경기를 마친 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BBNews
경기는 변형 규칙 아래 진행됐다. 사발렌카 쪽 코트 크기를 줄이는 이른바 ‘이퀄라이저’가 적용됐다. 포인트당 서브도 1회로 제한됐다. 두 선수는 잦은 브레이크를 주고받았지만 키리오스가 1세트 3-3에서 흐름을 잡으며 승기를 굳혔다.
2세트에서는 키리오스가 1-3으로 뒤졌으나 곧바로 균형을 맞췄다. 결국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키리오스는 경기 내내 드롭샷과 다양한 서브 구사로 관중의 호응을 끌어냈다.
키리오스는 경기 후 “사발렌카는 위대한 챔피언이고, 매우 힘든 경기였다”고 말했다. 사발렌카도 “좋은 경기였고, 다음에 다시 붙는다면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키리오스는 손목과 무릎 부상 여파로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2025년 시즌 단식 출전이 5경기에 그쳤다. 경기를 앞두고는 2021년 당시 여자친구와 말싸움 중 밀어 넘어뜨린 혐의로 재판받았고, 과거 테니스 남녀 동일 상금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전력이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발렌카는 올해 US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통산 네 번 우승한 최강자다. 하지만 남자 선수와의 신체적인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무리였다.
AP통신은 “경기는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웠다”며 “두 선수 사이에 웃음과 농담이 오갔고, 언더핸드 서브와 춤까지 나오면서 입장객들이 즐거워했다”고 경기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테니스에서 남녀 선수의 성 대결이 벌어진 주요 사례는 이번이 네 번째다. 1973년 남자 선수 리그스가 마거릿 코트(호주), 빌리 진 킹을 차례로 만나 1승 1패를 기록했다. 1992년에는 남자 선수 지미 코너스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이상 미국)를 상대로 2-0(7-5 6-2) 승리를 거둔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