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좀 재미있게 경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그러면서도 또 욕심이 계속 생긴다. 참가하는 모든 대회마다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게 조금은 두려운 존재가 되고 싶다."
지난 6월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안세영(23)의 당찬 포부다. 시즌 절반을 마쳤을 때로, 그때 이미 안세영은 5개의 국제대회 타이틀을 손에 넣은 상태였다. 당시에도 눈부신 페이스였으나 최종 기록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안세영은 지난 21일 한해를 마무리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여자단식 정상에 오르며 시즌 11승을 달성, 2019년 남자단식 모모타 겐토(일본)가 작성한 단일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와 함께 쉽게 깨지기 힘든 숫자도 남겼다.
안세영은 올해 총 77경기를 치러 무려 73승4패, 94.8%라는 믿기 힘든 승률을 찍었다. 배드민턴 선수 최초로 시즌 누적 상금 100만 달러 돌파(100만3175달러, 약 14억4186만원)라는 새 이정표도 작성했다.
올해에만 안세영에게 8전8패를 당한 세계랭킹 2위 왕즈이가 왕중왕전 결승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뿌렸으니 상대에게 좌절감을 주는, 어느 정도 '두려운 존재'도 됐다.
안세영은 28일 자신의 SNS에 "이게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감격스럽네요. 정말 놀라운 한 해였습니다. 이번 시즌동안 제가 11개의 타이틀을 얻어냈다는 게 무척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한 뒤 "저를 지지해 주신 저희 팀과 저의 팬 여러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저는 최고의 팬들을 가진 것 같습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안세영은 "2026년에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더 많은 기록을 깨보고 싶습니다"라는 각오를 피력했다. '더 많은 기록'을 깨려면 2025년의 안세영을 넘어야한다.
2026년에도 중요한 목표들이 있다. 이미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제패한 안세영이 내년 4월 아시안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마지막 퍼즐인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상에 서면 한국 배드민턴 단식선수 최초 대회 2연패를 달성한다. 올해 천위페이에 막혀 4강 탈락했던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되찾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올해 세계선수권은 인도에서 열린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그러하듯 '자신과의 싸움'에 나서는 안세영은 올해가 채 끝나기도 전에 2026시즌을 돌입한다.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따르면 안세영과 남자복식 랭킹 1위 서승재-김원호 등 배드민턴 대표팀 선수들은 31일 출국, 새해 첫 대회인 말레이시아오픈을 준비한다. 1월6일부터 11일까지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말레이시아오픈은 새해 첫 대회이자 최고 레벨인 슈퍼1000시리즈다.
대표팀은 곧바로 13일부터 18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펼쳐지는 인도오픈(슈퍼 750)까지 이어 출전할 예정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두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올라 산뜻한 출발을 알렸고 결국 11개 대회 우승이라는 찬란한 이정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