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프로·아마 전방위 후원…"역동적이고 친근한 이미지 굳혔다"

스포츠

이데일리,

2025년 12월 30일, 오전 06:33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월드컵 등 국제대회 메인 스폰서 활동과 국내 프로스포츠단 운영을 동시에 펼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스포츠마케팅 분야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장 앞서 있다.”(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현대차 ‘더 뉴 엘란트라 N TCR’이 지난 6월 20일에서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몬차의 아우토드로모 나치오날레 몬차에서 열린 ‘2025 TCR 월드투어’ 3라운드 이탈리아 대회에서 주행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프로야구 KIA타이거즈, 프로축구 전북현대 등 프로 구단을 직접 운영하면서 럭비·여자축구 등 비인기 종목으로 계속 후원 범위를 넓혀온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기업집단 중 가장 적극적으로 스포츠마케팅을 전개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현대車, 대 이은 양궁 후원 눈길

29일 이데일리의 ‘재계 스포츠마케팅 성과 점검’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스포츠마케팅 전략이 브랜드 인지도 제고, 기업 이미지 개선은 물론, 나아가 국가 브랜드가치 상승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한 기업 △스포츠를 활용한 사회적 후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성과를 낸 기업 등 3개 항목에 대해 진행했다.

모든 항목에서 1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은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대중적 인기와 파급력이 큰 종목은 물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스포츠 마케팅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민욱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박사는 “스포츠마케팅 효과로 인해 현대차그룹은 다른 대기업집단보다 역동적이고, 미래 세대에 친화적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지난 1985년부터 대를 이어 대한양궁협회장 직을 맡아 39년째 후원하는 등 아마추어 종목에 대한 장기 후원도 눈에 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현대차그룹의 스포츠마케팅은 단발적이지 않고 꾸준하게 이뤄진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며 “양궁협회와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그룹과 오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운 글로벌 모터스포츠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르망24시 내구레이스를 계기로 유럽 시장 공략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월드인듀어런스챔피언십(WEC)에도 시범 참가 중이다. 내년부터는 최상위 클래스에 정식 출전해 유럽 럭셔리차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유럽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모터스포츠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고성능·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 150만대를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터스포츠 진출로 고성능 이미지를 굳힌 것이 충성 고객과 마니아층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스포츠마케팅은 돈 먹는 하마’ 인식 옛말

이번 조사에서 2~5위는 △삼성그룹(37표) △SK그룹(31표) △한화그룹(26표) △CJ그룹(24표)이 차지했다. 삼성은 사우디 프로 축그 리그를 후원하면서 중동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주형철 한국스포츠과학원 공동연구원은 “삼성은 단순히 스포츠 이벤트 후원을 넘어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에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삼성이 한국 스포츠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SK는 아마추어 및 비인기 종목 지원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남·여 핸드볼 구단을 운영하고 대한핸드볼협회와 펜싱협회 회장사도 맡고 있다. 발달장애인 골프 대회인 어댑티브 오픈을 운영하는 등 장애인 스포츠 인식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 롤드컵 6회 우승을 이룬 T1(e스포츠)을 22년간 지원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안준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K는 프로 스포츠뿐 아니라 유소년, 장애인, 생활 체육 지원 등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기여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특히 SK의 e스포츠게임단 T1은 롤드컵 우승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e스포츠팀인 ‘한화생명 e스포츠(HLE)’ 운영을 통해 젊은 고객층 유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HLE 관련 상품 가입자의 대다수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마케팅이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스포츠마케팅을 바라보는 재계의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 ‘돈 먹는 하마’로 여겨졌던 스포츠마케팅은 이제 브랜드, 콘텐츠, 플랫폼을 연결하는 전략 자산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브랜드 인지도, 호감도, 충성도 등 무형자산 축적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관성’과 ‘지속성’이 스포츠마케팅의 성패를 가른다고 조언한다. 장기간에 걸쳐 브랜드 철학과 메시지를 스포츠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영대 스포츠플러스 대표는 “스포츠는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 공감과 몰입을 만들어내는 최적의 장”이라며 “이를 비즈니스 전략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확산할수록 스포츠의 산업적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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