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1부리그로 돌아오는 인천유나이티드. 이제 그들 앞에는 새로운 숙제가 놓였다. © News1 박정호 기자
"구단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프로구단은 1년, 1년 하루살이처럼 살면 안 된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가야한다. 인천은 축구하기 좋은 환경과 좋은 서포터를 보유하고 있다. 성적만 좋으면 축구 산업도 발전할 수 있는 팀이다. 매력적인 팀이다."
지난 10월31일 윤정환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2025시즌 K리그2 우승 기념 기자회견에서 전한 말이다.
2024년 12월, 강등의 철퇴를 맞은 인천의 지휘봉을 잡은 윤정환 감독은 그 어렵다는 'K리그2 정글'을 단 한 시즌 만에 탈출하며 인천 팬들을 열광시켰다. '2부 깡패'라는 표현이 등장했을만큼 압도적인 페이스였고, 때문에 윤정환 감독과 인천의 동행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아직 재계약 전, 윤 감독이 구단에 바란 것은 '비전'이었다. 멀리 내다보는 포석 없이 구단의 안정적인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는 소신이었다. 구단도 화답했다.
인천은 11월23일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 후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접 필드에 등장해 윤 감독과의 재계약을 깜짝 발표했다.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윤 감독은 향후 3년 간 인천을 이끈다.
부임과 동시에 K리그2 우승을 이끈 윤정환 감독. 향후 3년 간 팀을 이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어려운 시즌을 보내다가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잔류왕'이라는 훈장 아닌 훈장을 달고 있던 인천은 2024년 최하위에 그치면서 2부리그로 강등됐다.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2행이 결정됐을 때, 많은 이들이 1부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어두 전망을 내놓았다.
전쟁터를 넘어 지옥이라는 표현도 나오는 K리그2의 혼전을 생각하면 가혹한 예상도 아니었다. 곧바로 승격을 자신했던 수원삼성을 비롯해 성남FC, 전남드래곤즈, 부산아이파크 등 화려한 과거가 있는 기업구단들도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시민구단 인천의 빠른 복귀를 점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인천의 차가운 '현실 파악'은 아주 현명했다.
2부 강등이 결정됨과 동시에 비상혁신위원회를 꾸린 인천은 그해 K리그1에서 강원을 이끌고 준우승을 견인, 감독상까지 받은 윤정환 감독을 포섭했다. 그리고 팀의 핵심 멤버들을 모조리 지켜내 1부급 스쿼드를 유지했다. K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을 통틀어도 고액 연봉자인 무고사와 제르소를 눌러 앉힌 것은 '물심양면' 전폭적 지원에 나선 구단의 간절함이 반영된 결과다.
2부로 추락했지만 예산 규모를 줄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인천은 결국 시즌 내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승격에 성공했다. 홈 평균관중 1만 명이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 팬들도 팀을 떠나지 않았다. 가장 이상적인 '비상'에 성공한 인천이다.
돌아온 인천 앞에 놓인 과제는 이제 1부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다. 그러기 위해서는 '잔류왕'은 반드시 떼어내야 할 꼬리표다.
열정적인 팬을 보유한 인천유나이티드. 더 큰 발전을 위해 '잔류왕' 꼬리표부터 지워야한다. © News1 박정호 기자
경제적 효과부터 외부의 관심까지, 2부리그에 속한 것과 1부 멤버는 자체로 큰 차이가 있으나 그렇다고 '생존'이라는 눈 앞의 급급한 목표만 쫓으면 발전은 요원하다.
내부적인 노력이야 있었겠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매해 비슷한 행보에 그친 대구FC는 결국 하위권을 전전하다 2부로 떨어졌다. 반면 이정효 감독과 함께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준 광주FC는 승격 후 1부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2026시즌만 1부리그에서 뛸 것이 아니라면 인천이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윤정환 감독이 말한 '하루살이는 곤란하다. 비전이 있어야한다'는 소신은 그래서 기대되는 지향점이다.
lastuncl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