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상학 객원기자] 메이저리그를 떠난 지 6년째가 됐지만 추신수(44)의 선행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91명의 마이너리거에게 1000달러씩, 총 19만1000달러 사비를 털어 지원한 통 큰 결정이 은퇴 후에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지역 매체 ‘댈러스스포츠’ 소속 제프 윌슨 기자는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2026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투표 용지를 공개했다. 윌슨 기자가 투표한 선수 중 한 명이 추신수였다. 한국인 선수 최초로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른 것도 대단한데 득표까지 성공했다.
표를 행사한 윌슨 기자는 지역지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 출신으로 추신수가 2014~2020년 텍사스에서 뛰던 시절 담당 기자였다. 추신수를 가까이서 지켜본 그는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큼 화려한 기록을 쌓지 못했지만 통산 OPS .824로 매우 뛰어난 선수였다. 한국 출신 선수 중 단연 최고 커리어를 쌓았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건너와 로스터를 채울수록 추신수가 이룬 성공에 다가가길 바랄 것이다. 추신수는 개척자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윌슨 기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긴 시간을 견뎠고, 그 경험은 코로나19로 리그가 셧다운됐던 기간에 텍사스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각각 1000달러씩 건넨 이유이기도 했다’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베푼 선행도 언급했다.

추신수의 플레이나 기록보다 더 오래 기억되는 일이다. 지난해 1월 텍사스 구단이 팀에 기여한 전직 선수에게 수여하는 ‘마크 홀츠 공로상’을 수상하게 된 배경이기도 했다.
2020년 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도 전면 중단됐다. 마이너리그는 아예 시즌이 취소됐다. 수많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수입이 끊기면서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메이저리그 캠프에 합류했던 외야수 엘리 화이트(32)도 그 중 한 명으로 셧다운 기간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화이트의 사정을 알게 된 추신수는 그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갑을 열었고,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에게 1000달러씩 지원했다. 총 19만1000달러 거액을 사비로 썼다.
추신수의 도움으로 야구에 전념한 화이트는 그해 9월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다. 그는 “코로나19 격리 조치로 귀가 조치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추신수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내게 정말 큰 일이었다. 두 번째 스프링 트레이닝을 위해 다시 만난 추신수에게 그 일이 얼마나 의미가 있었는지 말해줬다. 난 추신수의 도움을 정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멋진 사람이 보여준 멋진 제스처였다”고 고마워했다.
![[사진] 애틀랜타 엘리 화이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2/31/202512311637773285_695540ca64958.jpg)
화이트는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2022년까지 텍사스에서 뛰었고, 양도 지명(DFA) 이후 2023년부터 애틀랜타에 몸담고 있다. 지난해 개인 최다 105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3푼4리(256타수 60안타) 10홈런 35타점 출루율 .270 장타율 .406 OPS .677을 기록하며 백업 외야수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연봉 조정을 피해 2026년 90만 달러에 애틀랜타와 재계약했다.
추신수에게 도움을 받은 선수 중에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투수 웨스 벤자민(33)도 있었다. 당시 텍사스 산하 트리플A 소속이었던 벤자민은 “추신수라면 그렇게 할 것 같았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텍사스의 새 구장에서 추신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그해 8월 메이저리그에 콜업돼 추신수의 마지막 시즌을 짧게나마 함께한 벤자민은 2021년까지 텍사스에서 2년을 던졌다. 2022년 5월 KT 위즈와 계약하며 한국에 왔고, SSG 랜더스 소속 추신수와 적으로 재회하기도 했다. 추신수도 “반갑고 놀랍다”며 벤자민을 환영했다. 벤자민은 2024년까지 KT에서 활약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고,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트리플A에서 콜업 없이 시즌을 마쳤다. 현재는 FA 신분이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