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릉, 민경훈 기자]](https://file.osen.co.kr/article/2025/12/31/202512311545777270_6954c959516a6.jpg)
[OSEN=정승우 기자] 긴 침묵의 질주가 끝났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의 한 시대를 버텨낸 김보름(33, 강원도청)이 스케이트화를 내려놓는다.
김보름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역 은퇴를 직접 알렸다. 그는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이후,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라며 "올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빙판 위에서의 시간은 길고도 무거웠다. 김보름은 "어설프게 균형을 잡던 아이가 꿈을 품고 달려왔고, 그 여정 속에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이라는 무대에 설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동시에 "결과보다 과정이 더 버거웠던 날도 있었고, 다시 일어서야 했던 순간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김보름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의 중심을 지켰다.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까지 세 차례 연속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특히 안방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여자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따내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5000m 금메달, 같은 해 강릉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 금메달 역시 그의 이름을 한국 장거리 스케이팅의 간판으로 굳혔다.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 이후 김보름은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기 직후 해설과 여론이 겹치며 그는 가해자로 낙인찍혔고, 비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 감사 결과 '고의적인 따돌림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이미 남은 상처는 컸다.
김보름은 심리 치료를 받을 만큼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시간이 흐른 뒤 김보름은 오히려 자신이 오랜 기간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결국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2020년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2023년 일부 승소로 마무리됐다. 그 과정은 길고 고단했지만, 그는 빙판을 떠나지 않았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 5위에 오르며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했고, 2023-2024시즌까지 국가대표로 남아 마지막까지 태극마크를 지켰다.
김보름은 은퇴 소감에서 "선수 생활은 여기서 끝나지만, 스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다"라며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조금 천천히 걸어보려 한다. 운동을 통해 배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길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겠다"라며 감사 인사를 남겼다.
논란과 상처, 그리고 다시 일어선 시간까지 모두 품고 달려온 14년의 대표팀 생활이었다. 김보름은 그렇게, 자신의 속도로 마지막 바퀴를 돌았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