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4·삼성생명)이 2026년 새해 첫 대회 준결승에 진출했다. 출발은 삐걱거렸지만 빠르게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 결승 길목에서 마주하는 상대는 근래 안세영의 유일하다 싶은 적수 천위페이(중국·랭킹 4위)다.
올해도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만나야하는 라이벌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해야하고, 지난해 '11승 대업' 그 이상에 도전한다는 야심찬 목표에 차질 없이 다가가기 위해 꼭 승리해야하는 대결이다.
안세영은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타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단식 16강에서 덴마크의 리네 회이마르크 키에르스펠트(랭킹 26위)를 게임 스코어 2-0(21-17 21-7)으로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34분 만에 거둔 완벽한 승리였다.
이번 대회는 BWF가 주관하는 2026년 첫 대회이자 최고 레벨인 슈퍼1000 시리즈의 첫 무대다. 2024년과 지난해 연거푸 말레이시아오픈 정상에 오른 안세영은 앞으로 2경기만 더 이기면 3연패라는 큰 이정표를 세운다.
안세영은 첫 경기였던 미셸 리(캐나다·랭킹 12위)와의 32강에서 상당히 고전했다. 1게임을 내준 것을 포함해 경기 내내 끌려간 안세영은 1시간14분 긴 혈투 끝 어렵사리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의 강행군의 여파라든지, 상대 집중분석의 영향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안세영은 금세 예의 안세영으로 돌아왔다.
7일 하루 충전한 안세영은 8일 일본의 베테랑 오쿠하라(랭킹 30위)와의 경기를 2-0으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1게임은 팽팽한 흐름 속 21-17로 이겼으나 부담을 떨친 2게임은 일방적으로 몰아친 끝에 21-7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키에르스펠트와의 8강은 레벨 다른 플레이, 빈틈없는 모습으로 34분 만에 압승을 거뒀다.
오쿠하라와의 경기에서는 승부 타이밍을 빨리 잡는 적극적인 공격이 유효했고, 8강에서는 상대가 강공 일변도로 나오자 다시 완급을 조율하는 영리한 대처로 범실을 유도했다. 수비는 원래 탁월한 선수인데 이젠 공격력도 날카롭다. 이미 강한데 더 강해졌으니 상대는 더욱 괴롭다.
안세영은 10일 천위페위와 결승 티켓을 놓고 다툰다. 천위페이는, 근래 마땅한 적수가 없는 안세영에게 그래도 '드문드문' 승리를 빼앗고 있는 선수다. 안세영은 지난해 77전 73승4패, 승률 94.8%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을 남겼는데 천위페이에게 2번이나 졌다. 2번의 패배가 타격이 컸다.
2025년 시작과 함께 승승장구하며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까지 출전하는 대회마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던 안세영는 5월 싱가포르오픈 8강에서 천위페이에 0-2로 패하며 제동이 걸렸다. 시즌 첫 패배였다.
그리고 8월, 안세영이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파리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다시 천위페이에게 무릎 꿇었다. 2025년 천위페이와 총 7번을 겨뤄 상대전적 5승2패 우위를 점한 안세영이지만 2번의 상처가 꽤 크게 남았다.
천적이라 부를 순 없어도 호적수는 분명하다. 과거 안세영에게 강했던 일본의 야마구치에게 2025년 6승1패를 기록했고 랭킹 2위인 중국의 왕즈이에게는 8전 8승 '벽'을 느끼게 한 것을 떠올리면 천위페이가 안세영을 꽤 괴롭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두 선수의 통산 전적은 14승14패로 팽팽하다. 2026년 첫 만남에서 일단 균형이 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