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트윈스를 2년 만에 다시 통합우승으로 이끈 ‘염갈량’ 염경엽(57) 감독은 무명 선수로 시작해 프런트, 코치를 거쳐 현역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 섰다. 순탄치않은 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가장 큰 무기가 됐다. 현장을 아는 지도자이자, 조직을 이해하는 전략가로 발돋움했다.
염경엽 LG트윈스 감독. 사진=LG트윈스
‘염경엽 리더십’의 밑바탕에는 아쉬움 가득했던 선수 시절의 경험이 깔려 있다. 잘 될 때와 안 될 때를 모두 겪었던 발자취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염 감독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선수로 뛰면서 좋은 시기도 있었고, 힘든 시기도 있었다“며 ”그래서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잘 안다”고 말했다.
특히 염 감독은 공감과 신뢰를 앞세운 ‘기다릴 줄 아는 야구’를 강조했다. 그는 “팀에서는 모든 선수가 각자 역할을 갖고 있고, 그 역할이 모여야 승리가 된다는 걸 선수 시절 깨달았다”면서 “지금도 선수들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주체로 존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힘들었던 시기에도 염 감독이 놓지 않았던 것은 ‘준비’였다. 각종 메모로 가득한 수많은 수첩은 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다. 염 감독은 “당장은 기회가 오지 않아도, 준비된 사람에게 결국 기회는 온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선수는 지금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봐야”
‘염경엽 리더십’에서 또 하나의 축은 스카우트와 프런트 경험이다. 그는 “스카우트와 프런트에서 일하면서 선수를 훨씬 입체적으로 보게 됐다”며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프런트 경험을 통해 선수를 쓰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팀 내부에 불신이 생긴다는 걸 배웠다”면서 “기준이 분명해야 선수단이 신뢰하고 납득한다“고 덧붙였다.
넥센히어로즈 감독, SK와이번스에서 단장 시절에는 현장의 치열함과 책임감을 터득했다.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주고,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야 팀이 움직인다”며 “선수를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가 내린 결정들이 당장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때 책임감이 짓눌렀다“면서 ”데이터, 시스템, 자원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하게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뛰어난 선수단 운영 능력으로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별명에 대해 그는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스스로를 더 냉정하게 돌아보게 만들고, 더 철저하게 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LG는 2020년대 들어 두 차례 우승을 이룬 유일한 팀이다. 야구계에선 ‘왕조’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염 감독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FA 제도,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 등 변수가 많아 예전처럼 왕조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면서 “현대 시대에서 왕조는 선수층과 시스템, 선수 육성, 팀 문화가 유지되는 구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과 2025년 우승에 대해서는 “왕조라기보다는 오래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지금 위치는 중요하지 않아...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무명 선수 출신의 염 감독은 후배들에게 늘 하는 조언이 있다. “지금의 위치가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으며, 기회는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말이다. 특히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라고 말한다. 염 감독은 “커리어를 오래 좌우하는 건 태도”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말미, 염 감독은 성공적인 지도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그는 “좋은 지도자는 성적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야구를 잘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건 전혀 다른 능력”이라며 “현장 경험도 중요하지만, 분석·육성·프런트까지 폭넓게 경험하면 시야가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경엽 LG트윈스 감독. 사진=연합뉴스
염경엽 LG트윈스 감독.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