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코끼리' 전락한 동계올림픽…분산 개최·시설 재활용으로 '시험대'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1월 12일, 오전 12:1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대규모 올림픽 등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 뒤 경기장 활용 문제가 반복된다. 특히 동계올림픽의 경우 그런 악순환이 더 심각하다. 대회가 끝난 뒤 막대한 유지비만 남는다. 이른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 논란이다. 하얀 코끼리는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 이후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막상 활용할 곳이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시설물을 의미한다.

이는 고대 태국의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귀한 하얀 코끼리를 선물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게 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왕에게 귀한 선물을 바은 신하는 극진히 키우려 돈을 퍼붓다가 결국 파산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1000억원 이상 건설비가 들었지만 현재는 방치 상태로 있는 나가노 썰매 경기장. 사진=AP PHOTO
하얀 코끼리는 동계올림픽의 문제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한다. 특히 설상·썰매 경기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알파인 스키와 스키점프, 봅슬레이가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은 특정 지형과 기후가 필요하다. 일반 시설로 전환이 어렵다. 일반인들이 즐길만한 레저스포츠 수요도 제한적이어서 상설 운영이 쉽지 않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썰매 경기가 열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스키 활강 경기가 열린 정선 알파인 스키장이 대표적이다. 이들 경기장은 이미 멈춘 지 오래다. 강원 지역 경기장엔 유지비로만 매년 수십억 원이 든다. 대관 수입이 거의 없는 시설도 있다. 유지비는 지자체 재정을 압박한다. 그나마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에 2024년부터 다시 트랙이 활용되고 있다.

해외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은 다수 경기장을 신설했다.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환경 훼손이 발생했다. 지방채 발행도 대규모로 이뤄졌다. 대회 뒤 기대 수익은 없었다. 유지비만 남았다. 세금 부담은 주민에게 전가됐다. 일부 지역에선 인구 유출도 나타났다.

하얀 코끼리 문제는 유치 경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동계올림픽 비용은 어느덧 수조 원대로 커졌다. 사후 활용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주민 반대 여론은 상수가 됐다. 실제로 유치가 무산된 사례도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문제를 알고 기준을 바꾸기 시작했다. 신규 경기장 건설은 줄이고, 기존 시설 활용을 늘렸다. 단일 도시 원칙도 사실상 폐기됐다. 분산 개최가 허용되기 시작했다. 사후 활용 없는 시설은 지속성을 해친다는 판단이다.

이런 흐름 속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이 열린다.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는 420㎞나 떨어져 있다. 서울-부산 거리로 자동차 이동시 5시간 이상 걸린다. 두 도시 분산 개최는 사상 처음이다. 빙상은 밀라노에서 열리고 설상은 알프스가 맡는다. 경기장은 4개 권역으로 나뉜다. 전체 시설의 95%는 기존 시설을 쓴다. 신축 경기장은 단 두 곳뿐이다. 재활용과 친환경이 핵심 키워드다.

변수도 있다. 개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일부 경기장은 아직 공사 중이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릴 밀라노의 산타줄리아 아레나는 지난 10일 테스트 이벤트를 통해 대중에 처음 공개됐다. 하지만 경기장은 여전히 완공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날 열린 첫 번째 테스트 경기 도중 골대 근처 빙판에 작은 구멍이 생겨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도 빚어졌다

설상 종목도 변수다. 눈이 부족해 인공 눈 설비가 추가 투입됐다. 슬로프 완성도는 아직 미지수다. 준비 지연은 선수 안전과 직결된다.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얀 코끼리를 피하려는 실험은 시작됐다. 성과 여부는 대회 이후 드러난다. 동계올림픽이 계속 존재하려면 ‘하얀 코끼리’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 동계올림픽의 미래는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눈 부족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장. 사진=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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