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또 한 번의 결론이었다. 과정이 아무리 달라도, 결승의 끝은 늘 같은 이름으로 향했다. 안세영은 흔들렸고, 몰렸으며, 거의 패배 직전까지 갔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웃은 쪽은 세계 랭킹 1위였다.
안세영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 오픈 결승전 왕즈이(중국, 2위)와 맞대결에서 2-0(21-15 24-22)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왕즈이와 통산 상대 전적을 17승 4패로 늘렸다. 지난해 8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던 기운을 올해 첫 맞대결에서도 이어갔다.
안세영은 특히 지난해 단일 시즌 최다승(11승), 역대 최고 승률 94.8%, 역대 최고 누적 상금(100만 3175달러) 등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26년 독주 체제 굳히기 시동을 걸었다.
2024년, 2025년 이 대회 우승자 안세영은 3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이날 1게임에서 안세영은 초반 4점 차로 끌려가다가 중반 이후 연속 득점에 성공, 무섭게 추격하다가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12-11, 한 점 차로 앞서던 그는 순식간에 17점에 먼저 도달하며 6점 차로 간격을 벌렸다. 분위기를 몰아 그는 1게임을 승리로 마쳤다.
2게임도 물고 물리는 랠리 속 안세영이 가져왔다. 15-19로 뒤지던 그는 대각 공격으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왕즈이는 셔틀콕을 받아내려 손을 쭉 뻗었지만 쳐내지 못했다. 그는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이후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기어코 안세영은 22-22, 동점을 만들었다. 왕즈이의 공격이 네트에 막히면서 안세영이 23-22로 게임 포인트에 도달했다. 이때 그의 대각 공격이 상대 진영 라인 안으로 떨어지면서 경기는 안세영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안세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수비 한 박자, 리턴 한 코스, 랠리 한 번이 쌓이기 시작했다. 점수는 빠르게 좁혀졌고, 연속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실제 흐름상으로는 7연속 포인트에 가까운 공세였다. 스코어는 20-20, 21-21, 22-22까지 이어졌고, 마지막 두 점은 모두 안세영의 몫이었다. 끝내 왕즈이는 손에 쥐고 있던 세트를 놓쳤다.
결정적인 장면이 끝난 뒤, 안세영은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반대편 코트에서 왕즈이는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못했다. 낯선 장면이 아니었다. 큰 점수 차로 앞서다가 안세영에게 역전을 허용하는 장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청년보'는 경기 후 "왕즈이는 주눅 들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쳤고, 패했지만 값진 경기였다"라고 애써 위로 섞인 평가를 했지만 이내 "이 경기는 두 선수 간의 격차가 기술뿐 아니라 체력, 심리 등 여러 측면에서 나타났다. 왕즈이는 리드를 잡은 이후 플레이가 다소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승리로 안세영은 왕즈이를 상대로 9연승을 이어갔다. 결승전만 놓고 보면 8연승이다. 상대 전적은 17승 4패. 숫자는 냉정했고, 흐름은 더 분명했다. 왕즈이가 어떤 방식으로 앞서 나가든, 최종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경기 후 왕즈이는 영어 인터뷰에서 “항상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 건강하게 지내며 계속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곧바로 팬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중국 현지에서는 “큰 점수 차로 계속 지는 게 자랑할 일인가”라거나 “랭킹 2위라는 대진 운이 아니었다면 결승에 오르지 못했을 것” 혹은 “안세영을 상대로는 승부욕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더 직설적이었다. “크게 앞서고도 또 역전패를 당했다”, “기술 이전에 정신력의 문제”, “패배 자체보다 패배 방식이 문제”라는 평가도 나왔다. 단순한 1패가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반면 안세영의 평가는 더욱 단단해졌다. 이전 기사에서도 언급됐듯, 안세영은 이제 ‘이길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 ‘지는 법을 잊은 선수’에 가깝다. 점수 차, 흐름, 상대의 기세와 무관하게 자신만의 리듬을 끝까지 유지한다. 흔들리는 순간조차 계산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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