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중국 현지에서 안세영을 넘지 못하는 왕즈이의 한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안세영은 11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26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를 2-0(21-15, 24-22)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결과는 깔끔했지만, 중국 매체와 팬들의 시선은 스코어보다 그 안에 담긴 흐름에 머물렀다.
중국 ‘베이징청년보’는 경기 직후 “왕즈이는 주눅 들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쳤다. 패배했지만 값진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곧이어 논조는 달라졌다.
매체는 “이 경기는 두 선수의 격차가 기술뿐 아니라 체력, 심리, 결정력 전반에서 드러난 경기”라며 “왕즈이는 리드를 잡은 이후 플레이가 눈에 띄게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짚었다. 위로와 비판이 동시에 담긴 분석이었다.
특히 집중 조명된 장면은 2게임이었다. 왕즈이는 9-17, 11-18, 13-19까지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중국 현지 중계진 역시 “이제 한 세트만 더 가져오면 된다”고 언급할 만큼 분위기는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왕즈이의 움직임은 급격히 둔해졌다. 공격 빈도는 줄었고, 랠리는 길어졌으며, 선택은 안전 쪽으로 쏠렸다.
반대로 안세영은 그 순간부터 속도를 올렸다. 수비 한 박자, 코스 하나가 쌓이며 연속 득점이 이어졌다. 점수는 빠르게 좁혀졌고, 흐름은 완전히 뒤집혔다. 중국 매체들은 이 장면을 두고 “왕즈이가 진 것이 아니라, 안세영에게 뺏긴 세트”라고 표현했다. 결정적인 순간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이었다.
이 패턴은 낯설지 않았다. 중국 팬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같은 장면”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실제로 왕즈이는 큰 점수 차로 앞서다가 안세영에게 역전을 허용한 경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날 패배로 왕즈이는 안세영에게 9연패, 결승전 기준으로는 8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통산 상대 전적은 17승 4패.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은 냉정했다.
경기 후 왕즈이는 영어 인터뷰에서 “항상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 건강하게 지내며 계속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 내에서 즉각 논란이 됐다. 일부 팬들은 “이 결과가 자랑스러울 이유가 무엇인가”, “랭킹 2위라는 대진 구조가 아니었다면 결승까지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안세영을 상대로 보여준 경기 운영과 정신력이 반복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중국 커뮤니티에서는 보다 직설적인 반응도 이어졌다. “크게 앞서고도 또 역전패”, “기술 문제가 아니라 멘탈의 문제”, “패배 자체보다 패배 방식이 더 큰 문제”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단순한 1패가 아니라, 고질적인 패턴에 대한 피로감이 드러난 반응이었다.
반면 안세영을 향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중국 매체들은 “안세영은 점수 차와 상관없이 자신의 리듬을 끝까지 유지하는 선수”, “흔들리는 구간조차 계산 안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안세영은 몰리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플레이의 결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두 점을 가져간 쪽은 늘 같았다.
중국 현지의 시선은 이제 명확하다. 왕즈이는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 선수지만, 안세영을 넘기 위해서는 기술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그리고 그 벽은 여전히 높다. 결승의 끝이 같은 이름으로 향한 이유를, 중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mcado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