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상승세를 이끄는 이나연. (KOVO 제공)
배구 예능을 통해 배출된 '김연경 제자'는 인쿠시(정관장)만 있는 게 아니다. 현역 은퇴 후 다시 기량을 인정받고 프로에 돌아온 이나연(34)이 최근 흥국생명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나연은 2010-11시즌을 앞두고 창단된 IBK기업은행의 '우선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이후 2024년 현역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 14년을 프로 무대에서 뛴 '베테랑' 세터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 주목받은 적은 많지 않았다.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GS칼텍스, 다시 기업은행, 현대건설 등 여러 차례 팀을 옮겼고 '주전급 세터'까지는 도약했으나 거기까지였다.
특히 현대건설로 이적한 뒤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신예 김다인이 확고한 주전 자리를 꿰찼고 김다인이 빠질 때도 쉽게 투입되지 못하는, '3번 세터' 정도의 위치가 됐다.
2023-24시즌 단 4경기 출장에 그친 이나연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계약 기간 1년에 연봉 1억 6000만원을 과감히 포기한 결정이었다.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은 최근 이나연을 주전 세터로 중용하고 있다. (KOVO 제공)
그런 그가 은퇴 1년 만에 배구 예능을 통해 다시 배구공을 잡았다. '배구 여제' 김연경을 주축으로 한 '신인 감독 김연경'에서 그는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자신감을 찾은 그는 실업팀 포항시체육회 소속으로 지난해 전국체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주전 세터 이고은의 부상으로 세터진에 비상이 걸린 흥국생명이 이나연을 부른 것. 1년 반 만의 프로 무대 복귀였다.
요시하라 토모코 흥국생명 감독은 이고은의 부상 이후 신예 서채현을 주전 세터로 기용했고, 초반엔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 부족 등의 단점이 노출되면서 이나연의 출전 빈도가 높아졌다.
지난달 16일 정관장전에선 서채현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3세트부터 주전으로 투입됐고, 안정적인 토스에 좋은 수비까지 선보이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나연의 주전 도약을 알린 경기였다.
이후 요시하라 감독은 이나연을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하고 있다. 이나연이 풀세트 주전으로 투입된 7경기에서 흥국생명은 5승2패의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패한 2경기(GS칼텍스, 현대건설전)도 풀세트 접전을 벌여 승점 1점을 얻었다. 이나연이 주전으로 올라선 뒤로는 쉽게 무너진 경기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나연이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 중앙 공격 비중이 높아진 흥국생명. (KOVO 제공)
왼손잡이 세터라는 특수성에 특유의 빠른 토스까지 어우러지면서 상대가 공격을 저지하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다. 빠른 토스는 중앙 공격의 활용으로도 이어져 미들블로커 이다현, 아닐리스 피치의 공격력이 살아났고, 에이스 레베카 라셈의 공격 분산에도 도움이 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준수한 수비력과 위협적인 플로터 서브까지 보여주며 다른 팀의 주전 세터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전과 가장 다른 점은 굳건한 멘탈이다. 이나연은 이전 주전급으로 올라섰을 때도 잘 하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재까지는 이전의 아쉬움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안정적인 주전 세터가 생긴 흥국생명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4일엔 선두 한국도로공사까지 격침했고 시즌 전적 12승10패(승점 39)로 2위 현대건설(13승9패·승점 39)와의 승점 차를 없앴다.
김연경과 불과 4살 차이인 이나연은 엄밀히 따지면 김연경의 '제자'라고까지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용히 잊힐 뻔했던 재능이 배구 예능을 통해 발굴되고 스스로도 자신감을 찾은 계기가 되는 '터닝포인트'가 된 건 분명해 보인다.
starburyn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