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우충원 기자] 대한민국 U-23 대표팀이 결국 증명했다. 조별리그에서 우즈베키스탄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8강도 장담할 수 없다”는 비판을 들었지만, 토너먼트에서 분위기를 뒤집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호주를 2-1로 꺾고 6년 만에 U-23 아시안컵 4강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제 시선은 일본과의 결승행 한일전으로 향한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백가온(부산)과 신민하(강원)의 연속골을 앞세워 호주를 2-1로 제압했다. 한국은 이 승리로 2020년 대회 이후 6년 만에 4강에 진출하며 자존심을 되살렸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국을 기다리는 건 일본이다. 일본은 요르단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 올라왔고, 한국과 일본은 20일 저녁 8시 30분 결승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4강 반대편에서는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중국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대회 판도가 예상보다 더 거칠게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왔다.
한국은 사실 8강 진출 자체가 쉽지 않았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두 살 어린 우즈베키스탄에 0-2로 완패했고, 경기력은 충격적이었다. 패스는 끊겼고, 빌드업은 답답했으며, 유효 슈팅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탈락 위기까지 몰렸지만, 같은 조 최하위 레바논이 이란을 꺾어주는 바람에 한국은 조 2위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어부지리”라는 말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비판은 거셌다.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팬들도 허탈함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장 안에서 보여준 둔탁한 움직임, 실점 이후 반응, 몸싸움과 전환 속도까지 “대표팀답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전 이후에는 한국 축구가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퍼지며, 8강은커녕 토너먼트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민성 감독은 토너먼트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는 호주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과 전술을 동시에 손봤다. 기존의 4-4-2 대신 4-5-1 전형으로 나섰고, 조별리그에서 한 번도 선발로 쓰지 않았던 백가온을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우는 승부수를 던졌다. 조별리그 3차전과 비교하면 백가온을 포함해 김용학(포항), 강민준(포항), 장석환(수원)까지 총 4명이 새롭게 선발로 들어왔다.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무언가를 바꾸겠다”는 신호였다.
한국은 김용학과 강성진(수원)을 측면에 배치했고, 김동진(포항), 배현서(경남), 강민준이 중원을 책임졌다. 수비라인은 장석환-신민하-이현용(수원FC)-이건희(수원)로 구성됐고, 골문은 홍성민(포항)이 지켰다. 선수 구성 자체가 이전과 달랐고, 그 변화는 경기 흐름에서도 나타났다.
물론 초반부터 편하진 않았다. 한국은 경기 초반 호주의 빠른 전진과 뒷공간 침투에 몇 차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흐름이 더 흔들리기 전에 한 방이 나왔다. 전반 21분 백가온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한국이 먼저 앞서갔다. 이현용이 중앙선 아래에서 길게 올린 롱킥을 백가온이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달려들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했고,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4경기 만에 처음으로 선제골을 맛봤다. “늘 끌려가던 팀”이 “먼저 때리는 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전 초반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후반 7분 동점골을 내주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전 같았으면 여기서 흔들렸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의 한국은 달랐다. 벤치도 반응했다. 이민성 감독은 후반 32분 백가온 대신 정재상(대구)을 투입하며 공격의 리듬을 다시 세우려 했고, 선수들도 더 적극적으로 압박과 전환을 반복했다.
승부는 후반 막판 결정됐다. 후반 43분 코너킥 상황에서 신민하가 결승골을 터뜨렸다. 오른쪽에서 강성진이 올린 코너킥을 수비수 신민하가 머리로 정확히 꺾어 넣으며 골문을 갈랐다.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확실한 한 방이었다. 한국은 결국 2-1 승리를 확정지었고, 4강 진출을 손에 쥐었다.
경기 뒤 이민성 감독은 “4강전에선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조별리그에서의 실망스러운 흐름을 딛고 토너먼트에서 반전의 발판을 만든 만큼, 이제는 한 단계 더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한국이 호주를 꺾고 4강에 오르는 순간 일본의 시선도 다시 한국으로 향했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와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 등에서는 한국 U-23 경기력 저하를 단순히 “세대 문제”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오히려 한국 축구가 손흥민이라는 상징적인 존재에 얼마나 크게 기대왔는지를 끄집어내며, 한국 축구의 기반 자체를 평가하려는 프레임으로 확장됐다.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이 무서운 건 손흥민이 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한국 축구의 위협 요소를 개인에게 한정하는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차지했던 영향력이 워낙 컸던 만큼, 그가 빠졌을 때 한국 축구가 어디까지 흔들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U-23 대표팀의 부진과 연결시키는 흐름도 있었다. 손흥민이 은퇴한다면 한국 축구의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등장했다.

또한 이강인과 김민재처럼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자원이 있음에도, 손흥민이 가진 리더십과 상징성, 그리고 팀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영향력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 시선은 한국 U-23가 조별리그에서 흔들렸을 때 더 거칠게 퍼졌고, 그것이 마치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단정 짓는 듯한 분위기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호주전에서 최소한의 답을 내놨다. 조별리그에서 무너졌던 팀이 토너먼트에서 버티며 승리를 만들어냈고, 선제골과 결승골까지 기록하며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4강 진출이 곧 완성된 경쟁력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건, 한국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제 무대는 한일전이다. 한국이 일본을 꺾고 결승에 오르기 위해서는 호주전 이상의 집중력과 속도, 그리고 실수 없는 운영이 필요하다. 동시에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또 하나를 증명해야 한다. “손흥민 보유국”이라는 타이틀 없이도, 한국 축구가 아시아 정상권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호주전은 반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일본전은 그 반전이 진짜인지 가르는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