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김인오 기자) 대한골프협회(KGA)가 한국 공식 핸디캡 프로그램 H.I.GOLF(Handicap Information for GOLF)를 출시했다. 단순한 신규 서비스 공개가 아니라, 한국 골프가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공식 기준’을 이제야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국 골프에는 수많은 스코어 앱과 기록 서비스가 존재했지만, 모두가 공통으로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는 국가 단위의 핸디캡 시스템은 부재했다. 미국에는 USGA의 GHIN이 있고, 일본에는 JGA의 J-Sys가 있다. 그리고 이제 한국에는 H.I.GOLF가 그 역할을 맡는다.
H.I.GOLF는 핸디캡 산출에 그치지 않는다. 스코어 관리, 핸디캡을 기준으로 한 각종 랭킹, 친구 및 라운드 기능, 클럽 개설까지 아우르며 ‘골프 중앙 시스템’을 지향한다. 골퍼 개인의 기록 관리부터 경쟁, 커뮤니티까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하겠다는 구조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정확성과 공신력이다. KGA는 로열앤드에인션트골프클럽(R&A)의 공식 핸디캡 계산 모듈인 ‘브릭(Brick)’을 H.I.GOLF에 직접 연동했다. 여기에 월드핸디캡시스템(World Handicap System)의 모든 규칙을 그대로 적용해, 핸디캡이 실제 경기력을 최대한 정밀하게 반영하도록 설계했다. 국내 기준이 아닌 국제 기준을 그대로 들여왔다는 점에서, ‘공식’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시스템이라 할 만하다.
KGA의 핸디캡 보급 사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GHIN을 국내 공식 핸디캡 프로그램으로 운영했고, 이후에도 국내 스코어링 회사와 포털과의 협업을 통해 핸디캡 기반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그 결과 현재까지 KGA에 핸디캡 정보 제공에 동의한 공식 이용자는 14만 2210명에 이르며, 이 중 실제 핸디캡인덱스를 보유한 골퍼는 12만 1644명이다.
기존 시스템을 통해 핸디캡 정보를 제공하던 이용자들은 H.I.GOLF에서도 동일한 핸디캡을 그대로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이전이나 재등록 부담을 최소화한 점도 현실적인 접근이다.
KGA는 국내 골프 활동 인구 약 624만 명 가운데 8~10% 수준인 약 50만 명이 H.I.GOLF에 등록해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미국의 GHIN 등록자가 약 340만 명, 일본의 J-Sys 등록자가 약 7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골프 시장 규모 대비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이는 단순한 회원 수 목표라기보다, 핸디캡 문화를 얼마나 일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느냐에 대한 도전으로 읽힌다.
H.I.GOLF는 핸디캡인덱스를 기준으로 전국 순위는 물론 성별, 지역별, 구간별 랭킹을 제공한다. 다만 랭킹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조건은 분명하다. 코스 레이팅이 적용된 골프장에서 최소 20개 이상의 스코어가 필요하고, 최근 1년 이내 골프 활동 이력이 확인되며, 가장 낮은 핸디캡인덱스를 보유한 경우에만 랭킹 대상이 된다. 보여주기용 순위가 아닌, 실제 실력을 기준으로 한 랭킹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친구 & 라운드’ 기능은 한국 골프 문화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사용자는 자신의 핸디캡과 코스 난이도를 반영해 목표 스코어를 설정하고, 동반자와 공정한 조건에서 순위 경쟁을 할 수 있다. 암묵적으로 주고받던 비공식 핸디캡 대신, 객관적인 데이터로 경쟁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한국 골프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자주 골프를 즐기는 소모임이나 동호회를 위한 클럽 개설 기능도 눈에 띈다. 같은 공간에서 핸디캡을 공유하고, 기록을 쌓으며, 실제 실력을 서로 점검할 수 있는 환경은 핸디캡의 신뢰도를 자연스럽게 높인다. 핸디캡이 숫자가 아니라 ‘약속’이 되는 구조다.
H.I.GOLF는 공식 핸디캡 프로그램이지만, 핸디캡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골퍼에게 열려 있다. 2월에는 회원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한 골프 특화 카드 출시가 예정돼 있고, 향후 GPS 기반 기술을 접목하는 등 골프 라이프 전반으로 서비스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운영은 KGA 핸디캡&마케팅팀이 맡고, IT 솔루션은 CNPS가 제공한다. 이용료는 무료이며, 현재 코스 레이팅 값을 보유한 전국 266개 골프장에서 핸디캡 산출이 가능하다.
핸디캡은 골프의 언어다.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하고, 실력을 설명하며, 낯선 골퍼 사이의 기준이 된다. H.I.GOLF의 출범은 한국 골프가 이제야 그 공통 언어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 플랫폼이 얼마나 많은 골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을지, 그 성패는 결국 숫자가 아니라 ‘신뢰’가 결정할 것이다.
사진=K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