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유경민 기자) 경기 자체는 거의 잊혀졌다. 영상 자료도 없고,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들조차 세부적인 내용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만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1970년 3월 28일, 약 2년 전 암살당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추모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동서 메이저 리그 야구 클래식'이라는 경기가 열렸다. 단순한 이벤트 경기가 아닌, 시대의 아픔과 연대를 담은 무대였다.
당시 메이저 리그 24개 팀에서 각각 한두 명의 선수가 선발되어 한자리에 모였다. 선수 또는 코치로 참여한 명예의 전당 헌액자만 총 23명에 달했다. 참석자 31,694명 중에는 재키 로빈슨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미망인 코레타 스콧 킹 여사도 있었다.
조 디마지오와 로이 캠파넬라가 각각 팀을 감독했고, 샌디 코팩스와 새첼 페이지, 스탠 뮤지얼, 래리 도비 등이 당대 최고의 이름들이 코치진으로 참여했다.
레지 잭슨은 훗날 미국 현지 매체 MLB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곳에서 뛸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23살의 나이에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특별했다"고 회상했다.
어떻게 그토록 놀라운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을까? 이 경기가 성사되기까지의 배경은 1968년 4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킹 목사가 암살된 이후, 리그와 선수들은 혼란 속에서 의미 있는 행동을 고민했다. 논의 끝에 남부 기독교 지도자 회의(SCLC)와 협력해 올스타전을 열고, 애틀랜타에 건설 중이던 킹 목사 기념관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당초 1969년 개최 예정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1년이 연기됐고, 그만큼 행사의 상징성은 더 커졌다. 행사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었을 때, 참가자들은 이것이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이벤트라는 것을 즉시 알아차렸다.
앨 다우닝은 당시를 떠올리며 “흑인, 라틴계, 백인 선수들이 구분 없이 한마음으로 참여했다. 올스타 선수들만 모인 라커룸에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야구 실력 이전에 뜻을 함께한다는 공감대가 선수단 전체를 하나로 묶었다.
다저 스타디움에는 3만 1천여 명의 관중이 모였다. 킹 여사는 조니 벤치에게 시구를 했고, 머드캣 그랜트는 흰 정장을 입고 애국가를 불렀다. 선수들이 베이스라인에 늘어서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다저 스타디움 스피커에서는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 일부가 울려 퍼졌다.
이날의 경기는 기록보다 메시지로 남았다. 승패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었고, 야구가 사회와 시대를 어떻게 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 경기는 잊혀진 경기로 남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메이저리그가 스스로의 역사에서 특별한 하루를 꺼내 이야기할 때마다 반드시 언급되는 이유다. 매년 열리는 DREAM 시리즈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기리기 위한 행사이다.
사진=ML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