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패배 직후 일본 현지에서 쏟아진 이 한 문장은, 결과보다 더 뼈아픈 현실을 드러냈다. 스코어는 0-1이었지만, 체감된 격차는 그 이상이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 U-23 대표팀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6년 만의 우승 도전을 마감했다.
겉으로는 한 골 차 패배였지만, 내용은 사실상 완패였다. 한국은 연령상 U-23 풀 연령으로 나섰고, 일본은 다음 올림픽을 대비한 U-20 위주의 어린 팀이었다. 그럼에도 경기의 주도권은 시종일관 일본이 쥐었다. 템포, 압박, 빌드업, 경기 운영까지 모든 영역에서 일본이 한 수 위였다.
이민성호는 이번 대회 내내 지적받아온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무기력한 빌드업, 단조로운 공격 전개, 결정력 부재는 한일전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특히 경기 준비와 경기 중 대처는 아쉬움을 남겼다.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정지훈 같은 카드는 후반 막판에야 투입됐고, 흐름을 바꾸기엔 이미 늦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패배의 책임을 전술과 플랜에만 돌리기엔 현장의 분위기도 무거웠다. 한국 선수들은 자신들보다 두 살 가까이 어린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의지와 기술, 집중력에서 모두 밀렸다. 조별리그 우즈베키스탄전부터 반복돼온 ‘빠른 경기 포기’의 모습은 이날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공격 상황서 자신들의 전진 압박이 잘 통하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풀어갈 능력이 없었다. 반대로 상대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패스의 정확도는 떨어졌고, 몸싸움과 세컨드 볼 싸움에서도 밀리는 장면이 잦았다. 경기 전 외쳤던 각오와 실제 경기력의 간극은 일본 팬들의 조롱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절대로 일본에 지고 싶지 않다. 가위바위보라도 지고 싶지 않다”고 공언했던 한국 대표팀의 선언과 달리, 그라운드 위에서는 그만한 투쟁심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일본 현지에서 쏟아졌다. 일본 포털 ‘야후 재팬’에는 경기 직후 냉정한 반응이 이어졌다.
“예전의 한국 축구와는 완전히 다른 팀”, “생사를 건 듯한 기백이 보이지 않았다”는 코멘트가 대표적이었다. 과거 한일전의 분위기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일본 네티즌은 “예전에는 일본전만 되면 거칠 정도의 압박과 몸싸움을 했다. 때로는 난폭했지만, 승부욕만큼은 확실했다”며 “지금의 한국은 지나치게 얌전하다”고 평했다.
선수들의 분위기 변화도 도마에 올랐다. “외형이나 태도 모두 일본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요즘 젊은이 같은 느낌”, “투쟁심 대신 정제된 플레이만 남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부는 “이것도 시대의 흐름일 수 있지만, 한일전에서 기대하던 긴장감은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더 직설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가위바위보도 지고 싶지 않다던 말은 어디로 갔나”, “말은 강했지만 경기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냉소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결과보다 태도에 대한 실망이 더 컸다는 의미다. 결국 일본 네티즌들의 평가는 하나로 모였다.
‘예전의 한국은 더 이상 없다’는 인식이다. 한일전 특유의 날 선 분위기를 기대했던 일본 팬들조차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이민성호의 패배는 단순한 준결승 탈락이 아니다. 감독의 플랜 부재와 선수들의 의지 문제, 그리고 한국 축구가 지켜왔던 정체성까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경기였다.
결과보다 더 무거운 질문을 남긴 한일전. 한국 축구는 지금,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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