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이주환 기자) 은퇴 대신 ‘끝장 승부’를 택했다.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맥스 슈어저가 대기록 달성을 위해 ‘개막 후 계약’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스토브리그의 시계는 보통 구단의 속도에 맞춰 흐르기 마련이다. 스프링 트레이닝이 다가오면 로스터는 빈틈없이 채워지고, 남은 자리는 ‘예비 전력’의 몫이 된다.
그런데 슈어저는 이 일반적인 문법을 거스르는 ‘역주행’을 택했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을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순간을 기다리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22일(현지시간) 슈어저가 최근 인터뷰에서 “몸 상태는 아주 좋고, 던질 준비가 됐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2월 스프링 트레이닝은 물론, 2026시즌 개막 이후까지도 소속팀 없이 기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계약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시즌 개막 후 부상이나 부진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팀을 노리겠다는 철저한 계산이 깔린 선택이다.
사실 냉정하게 기록만 놓고 보면 은퇴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슈어저는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 속에 17경기 5승 5패, 평균자책점 5.19에 그쳤다. 어느덧 42세가 된 나이와 이미 확보해 둔 ‘명예의 전당행 티켓(사이영상 3회, 올스타 8회, WS 2회 우승)’을 고려하면, 지금 박수 칠 때 떠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현역’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눈앞에 다가온 ‘위대한 숫자’들 때문이다. 2025시즌까지 통산 2963이닝, 3489탈삼진을 기록 중인 슈어저에게 남은 과제는 ‘3000이닝’과 ‘3500탈삼진’이다.
고지까지 남은 건 단 37이닝과 11개의 탈삼진뿐. 투수 분업화 시대에 더욱 가치가 치솟은 ‘3000이닝’은, 단기 계약이라도 따낼 수만 있다면 충분히 도달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다.
하지만 이 ‘기다림’은 양날의 검이다. 당장 슈어저보다 한 살 많은 잭 그레인키의 ‘미완의 도전’이 오버랩된다.
그레인키는 3000탈삼진까지 불과 21개를 남겨두고도 기회를 얻지 못해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슈어저 역시 기록은 코앞에 있지만, 계약서의 도장은 선수가 아닌 냉혹한 시장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시즌 개막 후를 기약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야구 인생을 건 마지막 승부가 이미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사진=MHN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