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처음 잡았다” 베트남 U-23 대반란… 김상식은 웃지 않았다

스포츠

OSEN,

2026년 1월 25일, 오후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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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우충원 기자] 베트남 U-23 대표팀이 역사를 새로 썼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번도 넘지 못했던 벽을 무너뜨리며 3위에 올랐다.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혈투 끝에 만들어낸 반전이었다. 그러나 그 승리의 순간, 김상식 감독의 표정은 환희와는 거리가 멀었다.

베트남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한국과 연장전까지 2-2로 맞섰고,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웃으며 3위를 확정했다.

이 결과는 베트남 축구가 U-23 레벨에서 한국을 상대로 처음으로 거둔 승리였다. 경기 전까지 베트남은 한국을 상대로 3무 6패를 기록하며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채 번번이 막혀왔다. 절대적 열세로 평가받던 흐름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베트남은 정면 승부를 선택했고 끝내 결과로 증명했다.

경기 흐름은 베트남이 먼저 흔들어 놓았다. 전반 30분 응우옌 딘 박이 공을 잡고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한 뒤 박스 안으로 연결했고, 응우옌 꺽 비엣이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베트남이 한국을 상대로 리드를 잡는 장면 자체가 경기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 놓았다.

후반 들어 한국도 반격에 성공했다. 후반 24분 김태원이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균형을 맞추자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곧바로 응답했다. 불과 2분 뒤 응우옌 딘 박이 프리킥으로 골망을 가르며 다시 앞서갔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베트남이 더 날카로운 한 방을 보여준 셈이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변수도 발생했다. 응우옌 딘 박이 퇴장을 당하면서 베트남은 수적 열세에 놓였고, 이후 경기 운영은 버티기의 연속이 됐다. 한국이 강하게 몰아붙였지만 베트남은 끝까지 버텼다. 후반 추가시간 7분 신민하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결국 2-2가 됐지만, 연장전에서는 더욱 단단해졌다.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승부는 승부차기에서 갈렸다. 베트남은 7번째 키커까지 모두 성공시키며 완벽한 집중력을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7번 키커 배현서의 슈팅이 까오 반 빈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무너졌다. 베트남의 승리였다.

다만 그 순간 김상식 감독은 누구보다 조용했다. 벤치와 선수들이 감격을 터뜨리고 경기장이 축제 분위기로 달아오른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손을 들거나 크게 환호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차분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봤고, 표정에는 환희 대신 복잡한 감정이 묻어났다.

베트남 매체 Z뉴스는 이 장면을 집중 조명했다. 승부차기가 끝나자 선수들이 서로를 껴안고 코치진이 뛰어드는 동안, 김 감독은 한쪽에서 침묵을 지켰다는 것이다. Z뉴스는 김 감독의 행동을 단순한 무표정이 아닌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상대가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김상식 감독에게 한국은 지도자 커리어가 뿌리 내린 장소이자 선수로서도 코치로서도 시간을 보낸 고향 같은 무대다. 베트남이 이겼다는 의미는 반대로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승리의 기쁨이 컸음에도 그 감정을 온전히 표출할 수 없었던 이유다.

베트남은 역사적인 첫 승과 함께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김상식 감독은 그 승리를 크게 외치지 않았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승패 너머의 무게를 알고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기도 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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