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차·신·이…밀라노서 금빛 점프 뛸까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1월 26일, 오전 12:0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차준환(서울시청), 신지아(세화여고) 등을 앞세워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연아. 사진=연합뉴스
피겨 스케이팅 대표팀 남자 싱글 차준환. 사진=연합뉴스


피겨 스케이팅 대표팀 여자 싱글 이해인. 사진=연합뉴스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출발은 미약했다. 19세기 말 스케이트가 처음 소개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비인기 종목으로 변방에 머물렀다. 본격적인 보급은 1920년대 중반 국내 첫 피겨스케이팅 클럽이 생겨나면서부터다. 1925년 전조선빙상대회에서 스피드 경기 중 피겨가 시범 종목으로 열리면서 공식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광복 이후에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전신인 조선빙상경기협회가 발족했다. 한국인 최초 피겨스케이터로 알려진 신정자, 1948년 첫 국내 피겨 대회 여자 챔피언 홍용명 등이 등장했다. 1964년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 개장 이후 본격적인 선수 배출이 시작됐다.

한국 피겨는 1968년 그레노블 동계올림픽에서 이광영, 김혜경, 이현주가 출전하면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후 1972년 삿포로, 1976년 인스브루크 대회 등 꾸준히 도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에 출전한 신혜숙, 1988년 캘거리 대회에 도전한 변성진 등은 이후 지도자로 활동하며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도입, 후배 양성을 이끌었다.

한국 피겨의 위상은 ‘피겨여왕’ 김연아의 등장으로 급변했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을 통해 한국을 단숨에 피겨 강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김연아 덕분에 한국 피겨의 저변과 지원은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김연아 은퇴 이후 올림픽 메달은 다시 끊겼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차준환이 남자 싱글 5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차준환은 이번 밀라노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두 번째로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15위,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5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최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압도적인 점수로 1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차준환의 경쟁력이 기술 완성도와 프로그램 구성, 경험에서 나온다고 본다. 4회전 점프의 안정성이 높아졌고, 예술성과 표현력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라는 평가다. 점프 난이도에선 경쟁자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실전에서 클린 연기를 펼친다면 메달 경쟁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여자 싱글에서는 신지아(세화여고)가 기대를 모은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년 연속 은메달을 따내며 성장한 신지아는 슬럼프를 걷어내고 시니어 무대 적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해인(고려대)도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상위권 도전을 노린다. 남자 싱글 김현겸(고려대), 아이스댄스 임해나-권예 조도 첫 올림픽 무대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 피겨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단체전에도 출전한다. 메달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개인전을 앞두고 실전 적응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단체전 출전은 한국 피겨가 단순히 1~2명의 스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탄탄해졌다는 걸 보여준다.

김연아 이후 12년. 한국 피겨는 다시 한 번 올림픽 시상대를 바라본다. 오랜 변방의 역사와 정상에 올랐던 기억, 그리고 다시 축적된 시간 위에서 한국 피겨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밀라노의 은반이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