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과 관계자가 창원NC파크 구조물 낙하 사고 사망자에 대한 명복을 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 없음’의 이상 발생
지난 2025년 3월, 창원 NC파크에서 약 60kg 구조물이 추락해 여성 관중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관중 안전 참사로 기록될 사건이었다. NC파크 경기장은 준공 이후 11차례 안전 점검에서 모두 ‘이상 없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조사를 통해 점검 용역비를 최저 수준으로 책정하고, 실제 용도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한 ‘부실 점검’ 정황이 드러났다.
뒤늦게 프로야구계와 정부는 나서며 ‘안전관리’ 강화 워크숍을 열고 관리 및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사고 원인 규명, 책임 소재 판단은 시간이 지나도 미적거리기만 했다.
강 따라 흘러가는 뱃전에 칼 떨어진 자리를 긁적여 ‘지침 강화’, ‘워크숍’을 되뇌는 모습은 사고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대중의 물음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구태의 전형이 아니고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다.
KOVO컵 파행 당시 한국배구연맹이 발표한 사과문
한국프로배구(KOVO)는 ‘배구계의 메시’ 김연경 은퇴 이후, 거듭되던 흥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컵대회 파행이라는 악수를 뒀다. KOVO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승인도 받지 못한 채 컵대회를 강행했다. 개막 당일 늦은 밤, 대회 전면 취소와 번복을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초청된 외국팀과 선수들은 줄줄이 짐을 싸서 떠났고,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 역시 하차했다. 연맹은 이후 공식 사과문을 내며 사무총장 감봉과 징계를 결정했지만 대중은 등을 돌렸다. ‘비정상적 운영’을 만든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러한 비판이 뼈아픈 데는 해당 ‘파행’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승인 절차 관리 실패와 대회 취소ㆍ번복 등 의사결정 혼선 문제, 선수ㆍ팀ㆍ정부ㆍ스폰서 연계 기획 문제 등 그동안 ‘해왔던 대로’의 관성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사건ㆍ사고가 발생하면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를)하겠다.’는 익숙한 문장은 여기에서도 쓰였고, 대중의 시선에 아른거릴 것이다. ‘잘되는 집은 뭘 해도 잘된다’라고 하지 않던가/ 올바른 환경이 조성돼야 무엇을 하던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다.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 ‘스포츠’
2020년 이후 최근까지, 학교 운동부를 비롯한 한국 스포츠계 전반에서 (성)폭력, 횡령, 승부조작 관련 신고와 징계 요청이 수백 건에 이르는 것으로 스포츠윤리센터와 국정감사 자료에서 제시됐다.
그러나 실제적 처분이 이뤄지는 비율은 여전히 낮았다.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 ‘관행적’ (소극적)처리 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다. 승부조작ㆍ불법도박 문제도 과거 판결과 사례 분석에서 이미 ‘(퇴출)선수·브로커·승부조작’이라는 악순환 구조가 지적됐지만 구조에 대한 ‘근절’보단 유사 사례 발생이 가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제시되었다.
스포츠계에서 벌어진 사건은 일부 공통적 특성이 보인다. 사건이 발생 되고 여론은 분노한다. 정부나 유관 단체의 대책 발표가 나온다. 당사자 및 일부 대상에 대한 징계 축소 또는 지연이 있은 후 시간 경과에 따라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잊혀진다.
표면에 새겨지는 자국은 ‘윤리 강화, 무관용 원칙’ 같은 글자일 뿐이다. 실제적 수준에서의 권력 구조와 이해관계는 여전히 물 아래서 드러나지 않는다. 제도는 늘고 있는데 사건은 줄지 않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한국 스포츠계의 구조적 문제이다.
각주구검, 배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잊고, 칼을 떨어뜨린 뱃전에만 표시해두었다가 나중에 그 자리에서 칼을 찾으려는 어리석음을 뜻하는 고사성어. 2025년 한국 스포츠에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사진=AI 생성
변화하는 환경을 무시한 채 과거의 기준에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고사성어 ‘각주구검’은 2025년의 한국 스포츠가 여전히 ‘안전 점검 횟수’, ‘규제, 규정 및 조항’에 표시를 새기며 안도하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이다.
2026년 한국 스포츠가 이러한 되풀이되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새로운 각오나 구호 따위가 필요한게 아니다. 스포츠 문제에 대해 결과 책임이 따르는 거버넌스와 개인이 아닌 구조를 겨냥한 징계와 정밀한 평가, 팬ㆍ선수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스타가 아니라 시스템에 투자하는 장기 전략이다.
강은 매년 더 빠르게 흐르고 물줄기는 깊어진다. 칼 떨어진 뒤에야 후회하며 자리를 새길 것이 아니라, 거센 물살의 방향을 읽고 배의 구조를 다듬어야 할 시간이다. 사건이 있어야 바뀔 것인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바꿀 것인가. 선택은 실천에 있다.
▲ 더 스파크(The SPARC)는 스포츠 정책 연구를 위해 모인 신진 연구자 그룹입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스포츠와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탐구하며, 새로운 정책 대안을 모색합니다. 이 그룹은 학문적 연구와 현장의 경험을 연결해 미래 지향적인 스포츠 정책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