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이주환 기자) 국가대표 선발의 기준이 ‘실력’이 아닌 ‘서류’가 되어버린 황당한 상황이다.
2026 WBC 우승 후보로 꼽히는 푸에르토리코가 핵심 스타들의 보험 가입이 거부되자, 이에 반발해 ‘대회 참가 철회’라는 초강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MLB 사무국과 보험사가 부상 이력을 이유로 선수들의 출전에 제동을 걸자, 뿔난 푸에르토리코가 ‘전원 불참’ 카드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대회 개막 전부터 흥행과 안전, 그리고 국제대회 운영의 구조적 모순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CBS 스포츠는 지난 1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가 2026 WBC 불참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며 그 배경으로 ‘보험 가입 불발’을 지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 등 주축 선수 다수가 보험 승인을 받지 못해 출전이 가로막혔다. 현역 빅리거가 WBC에 나서려면 대회 중 부상 발생 시 연봉을 보전받기 위한 보험 가입이 필수적인데, 이 단계에서 ‘입구 컷’을 당한 셈이다.
특히 논란의 중심엔 ‘슈퍼스타’ 린도어가 있다.
디 애슬레틱은 “최근 3년 사이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린도어의 연봉 보장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린도어뿐만 아니라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 호세 베리오스(토론토), 빅터 카라티니(미네소타) 등 투타의 핵심 자원들도 줄줄이 승인 보류 명단에 올랐다.
현지 관계자들은 “차 떼고 포 떼고 나갈 바엔 아예 안 나가는 게 낫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이번 대회 ‘안방마님’이다.
산후안 히람 비손 스타디움에서 쿠바·캐나다·파나마·콜롬비아와 A조 경기를 치른다.
야디어 몰리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미국·일본·도미니카공화국을 위협할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지만, ‘보험 서류’ 한 장에 자국에서 열리는 잔치상이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보험사의 문턱이 이토록 높아진 건 2023년 대회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당시 에드윈 디아즈(메츠)가 세리머니 도중 시즌 아웃 부상을 당하며 구단과 보험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사례가 기준 강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호세 킬레스 푸에르토리코 야구연맹 회장은 “동등한 조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참가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 역시 “린도어가 크게 낙담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불똥은 중남미 전체로 튀고 있다. 베네수엘라 역시 일부 주축 선수들의 출전이 막힌 것으로 알려지자, 미구엘 로하스(LA 다저스)는 “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백인 스타 선수들에 비해 중남미 선수들에게만 유독 잣대가 엄격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결국 ‘선수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최정예 국가대항전’이라는 WBC의 정체성을 흔드는 족쇄가 된 모양새다. 로스터 제출 마감 시한(현지시간 4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험사가 쥐고 있는 도장이 이번 대회 초반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푸에르토리코의 ‘보이콧’ 으름장이 단순한 시위로 끝날지, 아니면 사상 초유의 파행으로 이어질지 전 세계 야구계의 이목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