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역사의 달이라더니 '최고 흑인 타자'는 지웠다... 소름 돋는 화이트삭스의 뒤통수

스포츠

MHN스포츠,

2026년 2월 03일, 오전 12:05

(MHN 이주환 기자) 스프링 캠프의 문이 열리기도 전에, 화이트삭스가 ‘SNS 게시물 한 장’으로 거센 파도에 휘말렸다.

흑인 역사의 달 첫날 야심 차게 올린 기념 게시물이, 정작 구단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을 비켜 가면서다.

화이트삭스 구단 공식 계정은 지난 1일(현지시간) 흑인 역사의 달을 맞아 구단의 “역사적인 최초”를 되짚는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1933년 니그로리그 올스타전 개최, 1960년 알 스미스의 구단 최초 흑인 올스타 선정, 그리고 윌 버너블 감독이 구단 역사상 세 번째 흑인 사령탑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문제는 ‘누가 그 자리에 없었느냐’였다. 구단 타격 기록의 대부분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스타’ 프랭크 토마스가 사실상 배제된 것이다.

토마스는 화이트삭스 통산 홈런(448개), 타점(1,465개), 득점(1,327개), 출루율(0.427), 장타율(0.568) 등 주요 공격 지표 1위를 싹쓸이하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다.

하지만 해당 타임라인에서 그는 딕 앨런의 MVP 항목 아래 주석처럼 짧게 언급되는 굴욕을 맛봤다. 5회의 올스타, 4회의 실버슬러거, 7년 연속 ‘3할-20홈런-100타점-100득점-100볼넷’이라는 금자탑은 온데간데없었다.

‘빅 허트(The Big Hurt)’는 즉각 반응했다.

토마스는 해당 게시물에 답글을 달아 “그곳에서 당신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모든 기록을 보유한 흑인 선수는 잊을 만한 존재인가 보군요”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걱정 마세요. 나는 증거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I'm taking receipts)”라는 뼈 있는 말을 덧붙이며 구단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단순한 불평이 아닌, 묵직한 공개 경고였다.

팬들의 반응은 토마스의 손을 들어줬다. 미 동부시간 오후 2시 기준, 토마스의 반박 답글은 좋아요 2,000건을 넘기며 구단 원문 게시물의 반응(좋아요 264건)을 압도적으로 찍어 눌렀다.

논쟁의 본질이 ‘구단의 기념 의도’에서 ‘구단의 형편없는 기억 방식’으로 옮겨간 순간이었다.

이번 충돌은 토마스와 구단 사이에 묻혀 있던 ‘오래된 뇌관’을 다시 건드렸다.

현지 매체들은 양측의 균열이 2000년대 중반 연봉 삭감 문제에서 시작됐으며,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에도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이후 의료 과실 소송과 합의 과정을 거치며 골이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영구결번 행사 등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듯했으나, 이번 ‘패싱 논란’으로 양측의 관계는 다시 ‘애증’의 늪으로 빠져들게 됐다.

이번 사태의 쟁점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구단이 기념이라는 명분으로 역사를 입맛대로 편집하는 방식, 그리고 그 편집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가 지워졌다고 느낀 레전드의 폭발이다.

흑인 역사의 달을 알리려던 게시물은, 역설적으로 화이트삭스가 자신들의 가장 위대한 유산과 얼마나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지 전 세계에 생중계한 꼴이 됐다.
 

사진=시카고 화이트삭스 SNS, SABR, Sportsnet, Baseball Hall of F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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