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대한민국 쇼트트랙이 계주 훈련을 하고 있다. 2026.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쇼트트랙은 한국 동계 스포츠의 위상을 확 바꿔준 종목이다. 하계 올림픽의 양궁처럼, 쇼트트랙은 동계 올림픽의 '메달 텃밭'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뚜렷한 성과를 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남자 1500m와 남자 5000m 계주 금메달을 시작으로 지금껏 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만 금메달 26개, 은메달 16개, 동메달 11개를 따냈다. 한국의 역대 동계 올림픽 전체 금메달이 33개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비중이다.
6개 금메달을 독식한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비롯해 한국은 매 대회 최소 2개 이상의 금메달(1994 금 4, 1998 금 3, 2002 금 2, 2006 금 6, 2010 금 2, 2014 금 2, 2018 금 3, 2022 금 2)을 믿고 보는 쇼트트랙에서 수확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 등 9개 메달로 종합 14위에 그쳤던 직전 베이징 올림픽도 쇼트트랙 대표팀의 선전(금 2, 은 3)이 있었기에 최악을 면할 수 있었다.
보다 나은 성적에 도전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도 쇼트트랙은 한국 선수단의 기댈 언덕이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쟁국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올림픽 무대로 복귀한 중국, 계주에서 강세를 보이는 네덜란드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전력이 급상승, 쇼트트랙 최강국으로 자리 잡은 캐나다가 경계 대상 1순위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쇼트트랙 황대헌이 캐나다 선수와 대화하고 있다. 2026.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캐나다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2025-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에서 금메달 15개를 쓸어 담으며 금메달 9개 한국을 따돌리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남자부의 윌리엄 단지누, 여자부의 코트니 사로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두 선수는 자타공인 현재 남녀 쇼트트랙 최강자다.
사실 환경을 감안하면 한국의 독주가 이상한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자원' 차이가 엄청나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우리와 캐나다 쇼트트랙 선수는 10배 이상 차이난다. 치고 올라오는 유망주들이 많으니 세계적인 선수들이 자꾸 배출되는 것"이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여자부의 뉴 에이스 김길리(22), 남자부의 무서운 10대 임종언(19) 등 우리도 반짝이는 샛별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동계 올림픽 역사상 최다 메달리스트(현재 금 3, 은 2)에 도전하는 여자부 최민정(28)과 남자부의 대들보이자 2연패를 노리는 황대헌(27)이 커리어 3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고 2014년 소치 올림픽과 2018 평창 대회 당시 간판이던 심석희(29)가 8년 만에 올림픽에 복귀하는 것은 분명 대단한 업적이지만 그들을 능가하는 후배들이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 쇼트트랙은 강하다.
한국의 질주를 막기 위한 상대국의 노력과 견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인 지도자를 영입하고 아예 귀화 선수를 내세워 대항하기도 했다. 대회 마다 텃세와 편파 판정 이슈도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 쇼트트랙은 늘 극복했다. 국제대회 입상보다 더 어렵다는 내부 경쟁을 거듭하면서 우리만의 노하우가 쌓인 까닭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쇼트트랙 김길리가 훈련을 하고 있다. 2026.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수경 올림픽 선수단장은 "우리나라 쇼트트랙이 참 신기할 정도로 잘한다. 특정 국가가 계속 잘하면 견제가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선수들은 그런 것도 대회의 일부라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상황까지 고려해 충분히 훈련하고 있다"면서 "선수층은 얇아졌지만 노하우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번 대회에도 잘해줄 것"이라고 두둑한 신뢰를 보냈다.
2018년 평창 대회 때 고등학생 신분으로 참가했다 어느덧 맏형이 된 황대헌은 "첫 올림픽 때와 3번째 올림픽의 마음가짐은 같다"면서도 "다만 경험과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다르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상상도 못한다는 올림픽 무대의 중압감 속에서 여유를 말할 수 있는 한국 쇼트트랙은 여전히 강하다.
최소 2개, 내심 3개의 금메달까지 바라보고 있는 쇼트트랙 대표팀은 10일 오후 6시30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혼성 2000m 예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나선다.
lastuncl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