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이규성 기자)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또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축구 이야기를 하러 나선 기자회견장이었지만, 그의 발언은 경기 전술을 훌쩍 넘어 전 세계 정치·인도주의 문제로 확장됐다.
만약 이번 시즌이 과르디올라가 맨시티를 이끄는 마지막 시기라면, 그는 결코 조용히 퇴장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동시대 가장 성공적인 감독 중 한 명인 과르디올라는 맨시티 훈련장 미디어 강당에서 또 하나의 '펩다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4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기자회견의 주제는 뉴캐슬과의 리그컵 준결승 2차전이었다. 하지만 이후 25분간 이어진 발언은 독백에 가까웠고, 때로는 설교였으며, 때로는 분노와 고통이 섞인 감정의 분출이었다. 심판 판정, 이적료 지출 논란에서 시작해 가자 지구 전쟁, 수단 내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이 연루된 살해 사건까지, 과르디올라는 거의 모든 주제를 꺼냈다.
그는 "첫 번째 파트는 지루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평범한 미디어 브리핑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 기자회견은 단순한 경기 예고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선언에 가까웠다.
최근 과르디올라의 행보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그는 토트넘전 기자회견을 건너뛰고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어린이 지원 자선 행사에 참석했고, 이후에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참사에 대해 침묵하지 않았다. 그 발언은 때로는 구단의 소유 구조와도 미묘하게 충돌한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수단 내전 문제를 언급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이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음에도, 그는 ICE 요원들의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어떻게 그런 일을 옹호할 수 있느냐"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감독으로서의 발언 범위를 의도적으로 넓히는 선택이었다.
물론 축구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과르디올라는 지난 5시즌 동안 맨시티보다 더 많은 순지출을 기록한 여섯 개 클럽을 언급하며, '돈으로 성공을 샀다'는 비판에 다시 한 번 날을 세웠다. 동시에 이번 시즌 반복된 심판 판정과 VAR 결정에 대한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의 어조에는 분명한 좌절이 묻어 있었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이들에게 과르디올라는 여전히 따뜻하고 유머러스했지만, 최근 들어 기자들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장난 섞인 압박을 가하는 장면도 잦아졌다. 이는 긴 세월 쌓인 관계의 산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이러한 행보가 자주 보여지고 있는 만큼 축구팬들은 과르디올라의 '라스트 댄스'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