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낸 린샤오쥔(왼쪽). 2025.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는 한국 대표팀을 떠나 다른 국기를 달고 출전하는 선수도 있고, 외국 선수였지만 태극기를 달고 한국 국가대표가 된 선수도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쇼트트랙 린샤오쥔(30·한국명 임효준)이다. 린샤오쥔은 안방서 열린 2018 평창 대회에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 1500m 금메달과 500m 동메달을 따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9년 팀 동료였던 황대헌(27)과의 불미스러운 일에 엮여,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던 그는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 대표가 됐다. 이후 법정 공방 끝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는 되찾았으나 중국 대표가 된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린샤오쥔은 국적을 바꾼 선수는 3년이 지난 뒤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정작 중국에서 열렸던 2022 베이징 올림픽엔 출전하지 못했고 이번 대회서 오성홍기를 달고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다.
마침 한국에선 황대헌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 이번 올림픽에 한국 대표가 되면서 둘의 묘한 인연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한때 한국 쇼트트랙의 상징이자 희망이었던 둘은 이제 동료가 아닌 적이 돼 올림픽 무대에서 서로를 넘어야 한다.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사흘 앞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올림픽 빌리지 내 체육관에서 최근 헝가리로 귀화한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6.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27)도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였다.
그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팀추월 은메달, 1500m 동메달을 땄고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도 1500m 동메달을 획득해 한국에 3개의 메달을 안겼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태극기가 아닌 헝가리 국기를 가슴에 달고, 헝가리의 메달을 위해 뛴다.
그는 2022년 7월 진천선수촌에서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2년 자격 정지를 받은 그는 비난을 무릅쓰고 헝가리 귀화를 선택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기도 했다.
헝가리 선수단 내 유일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그는 밀라노 현지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과 함께 훈련,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다.
옛 동료들과 만나 반갑지만 이제는 자신을 믿고 받아준 헝가리를 위해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얄궂은 입장이다.
그는 "백철기 감독님께서 양해해주신 덕분에 감사하게도 함께 훈련하고 있다"면서 "메달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뭐가 됐든 웃을 수 있는 결과, 나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였으면 좋겠다"며 열심히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1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국제 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폐회식에서 대한민국 기수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가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2025.2.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반대로 외국 국적 선수가 한국으로 귀화한 사례도 있다.
러시아 바이애슬론 청소년 대표팀 출신의 압바꾸모바 예카테리나(36)는 한국이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개최국으로서 보다 많은 종목에 출전하기 위해 진행한 특별 귀화를 통해 태극전사가 됐다.
당시 한국 국적을 얻었던 19명의 선수 중, 이번 대회까지 계속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는 압바꾸모바 1명뿐이다.
압바꾸모바는 한국 바이애슬론 개척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8 평창 올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전 15㎞에서 역대 한국 최고 성적 타이인 16위를 기록했고,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바이애슬론 7.5㎞ 스프린트에서는 한국 바이애슬론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동계아시안게임 폐막식서 한국 선수단을 대표해 대형 태극기를 흔든 뒤 "내게 기회를 준 한국에 보답하고 싶었다. 애국가를 들으니 참 행복하고 홀가분하다"는 소감으로 한국인들에게 울림을 줬다.
이번 올림픽에선 다시 한번 한국 바이애슬론의 자존심을 걸고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하는 게 목표다.
아이스댄스 임해나·권예. 2025.2.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아이스댄스의 권예(25)도 한국 국적을 얻어 한국 대표로 이번 대회에 나선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권예는 임해나(22)와 함께 올림픽 무대를 밟기 위해 2024년 12월 '특별 귀화'로 한국 국적을 따냈다.
두 명이 짝을 지어 출전하는 아이스댄스는 세계선수권 등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관 대회에선 둘 중 한 명의 국적을 택해 나갈 수 있지만, 올림픽은 두 선수의 국적이 반드시 같아야 한다.
임해나 역시 캐나다에서 태어난 한국계 캐나다인이라 한국이 서툰 편이지만, 그는 권예에게 한국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며 얼음 밖에서도 꼭 붙어 지낸다.
권예는 "가수 아이유의 노래를 많이 들었고, 드라마 '호텔 델루나'도 재미있게 봤다"며 'K-컬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둘은 한국 아이스 댄스의 희망이기도 하다. 세계선수권에서 18위를 기록, 한국에 아이스 댄스 출전권을 가져왔고 이후 한국 대표 선발전에 유일하게 출전해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임해나와 권예는 "꿈의 무대에 출전하게 돼 행복하고 기쁘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무대를 선보이겠다"며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tre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