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기엔 평화, 관중석엔 야유… 개회식에 비친 올림픽의 두 얼굴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2월 07일, 오전 08:1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개회식은 스포츠 스타뿐 아니라 평화와 인권 증진에 헌신한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조화의 올림픽’이라는 대회 주제를 부각했다. 하지만 개회식에 참석한 JD 밴스 부통령을 향한 야유도 쏟아지는 등 최근 고조된 정치적 긴장감도 그대로 드러났다.

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는 ‘통가 근육맨’으로 유명한 피타 타우파토푸아를 비롯한 8명이 오륜기를 맞잡고 입장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는 '통가 근육맨'으로 유명한 피타 타우파토푸아를 비롯한 8명이 오륜기를 맞잡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JD 벤스 부통령 부부가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성화 점화. 사진=연합뉴스
태권도 선수 출신인 타우파토푸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에서 상의를 벗은 모습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통가 기수가 아닌 ‘전 올림피언’이자 인도주의 활동가 자격으로 오륜기를 들었다. 이날 오륜기 기수들은 검은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타우파토푸아는 상의 탈의 대신 밝은 미소와 함께 ‘브이’ 포즈를 취했다.

이들과 함께 ‘마라톤 전설’ 엘리우드 킵초게, 올림픽 난민팀 최초의 메달리스트 신디 은감바, 올림픽 메달 6개를 딴 체조 스타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 레베카 안드라드도 오륜기를 들었다. 여기에 필리포 그란디 전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 작가 니콜로 고보니, 성 평등과 평화 구축 활동가 마리암 부카 하산, 핵 군축 활동을 펼친 아키바 다다토시 전 일본 히로시마 시장이 동참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평화, 인권, 연대를 증진하는 데 헌신한 인물들로, 올림픽 정신과 시민적 책임의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개회식장인 코르티나담페초에서는 이탈리아 최초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올림픽 챔피언 프랑코 노네스와 쇼트트랙 국가대표 마르티나 발체피나가 산악 보병부대 알피니에 오륜기를 전달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정치적인 갈등도 그대로 드러났다. 밴스 미국 부통령이 미국 선수단 입장 때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는 장면이 전광판에 비치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최근 미국과 유럽 간 외교적 긴장과, 미국 정부가 이탈리아 올림픽 안보 지원을 위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발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외신들도 밴스 부통령이 야유를 받은 장면을 일제히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부통령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나오자 관중들이 야유를 보냈다”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큰 환호가 터져 나와 대조를 이뤘다. ‘조화와 화합’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개회식은 평화와 인권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국제 정세가 올림픽 무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한편, 개회식의 꽃인 성화 점화는 차분했다. 선수단 선서 이후 밀라노의 평화의 아치와 코르티나담페초 디보나 광장에 설치된 두 개의 성화대에 동시에 불이 붙었다.

밀라노에선 이탈리아 알파인스키의 전설 데보라 콤파뇨니와 알베르토 톰바, 코르티나담페초에선 이탈리아 여자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소피아 고자가 최종 점화자로 나섰다. 콤파뇨니와 톰바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직접 성화를 점화했고, 고자 역시 성화대로 직접 불을 옮겼다.

성화대는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알려진 매듭(Knots)에서 착안한 구 형태로 제작됐다. 두 성화대는 꽃봉오리가 열리듯 주변의 구조물을 펼치며 태양 형상으로 변신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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