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복숭이' 난입으로 5분간 경기 중단...브리스톨-헐 시티 경기서 나온 '포위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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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6년 2월 08일, 오후 04:30

[사진] BBC

[OSEN=정승우 기자] 승부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건 골도, 전술도 아니었다. 털복숭이 친구의 난입이었다.

헐 시티는 8일(한국시간) MKM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챔피언십 경기에서 브리스톨 시티에 2-3으로 패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이날 경기는 경기장에 두 차례 난입한 다람쥐로 인해 흐름이 끊기며 색다른 장면을 남겼다.

전반 중반까지는 평범한 승부였다. 헐 시티는 전반 중반 올리 맥버니의 선제골로 앞섰지만, 브리스톨 시티는 세트피스와 중거리 슈팅으로 차분히 경기를 뒤집었다. 로브 애트킨슨의 동점골, 로스 맥크로리의 역전골, 후반 초반 에밀 리스의 추가골까지 이어지며 스코어는 3-1이 됐다.

문제가 발생했다. 후반 초반, 회색 다람쥐 한 마리가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경기장은 잠시 술렁였다. 구단 스태프가 외투를 휘두르며 쫓았지만, 다람쥐는 관중석 쪽으로 유유히 빠져나가며 민첩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몇 분 뒤 다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다람쥐는 추격자들의 다리 사이를 통과하며 또 한 번 시간을 끌었다.

결국 볼보이 의자와 외투를 활용한 '포위 작전' 끝에 다람쥐는 포획됐다. 이 과정에서 경기 중단 시간은 약 5분. 관중석에서는 웃음과 탄식이 뒤섞였다. 일부 홈 팬들에겐 맥버니의 골 이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경기가 재개된 뒤 헐 시티는 키어런 다우엘의 만회골로 2-3까지 따라붙었다. 다람쥐로 인해 추가된 긴 추가 시간까지 포함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끝내 동점골은 나오지 않았다. 헐 시티는 이 패배로 리그 4위로 내려앉았고, 브리스톨 시티는 승점 1 차로 플레이오프 진입을 바라보게 됐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영국 'BBC'에 따르면 경기 후 브리스톨 시티의 게르하르트 스트루버 감독은 다람쥐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잡히지 않으려고 계속 달아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선수들도 그렇게 누구도 쉽게 잡지 못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경기 흐름이 끊겼음에도 집중력을 유지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헐 시티의 세르게이 야키로비치 감독은 "치명적인 실수가 너무 많았다"라며 경기 내용에 아쉬움을 남겼다. 다람쥐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결과만큼은 분명했다.

이날 MKM 스타디움의 주인공은 승자도, 패자도 아니었다. 짧은 시간 그라운드를 점령한 다람쥐였다. 챔피언십의 치열한 승부 속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존재였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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