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대한민국 선수단 맏형' 김상겸(37, 하이원)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1호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귀중한 은메달을 획득하며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의 기쁨을 누렸다.
김상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손드리오주의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에 0.19초 차로 패하며 최종 2위를 기록했다.
블루코스를 탄 김상겸은 좋은 스타트를 선보였고, 1차 측정 구간을 0.17초 빨리 통과했다. 다만 뒤이어 삐끗하는 아쉬운 실수가 나오면서 카를에게 뒤처졌다.
김상겸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속도를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막 구간에서 카를에게 재역전을 허용하며 0.19초 늦게 피니시 라인에 들어왔다. 모두가 박수를 보낸 쾌거지만, 김상겸은 아쉬운 듯 환하게 웃진 못했다. 2010 밴쿠버 은메달, 2014 소치 동메달, 2022 베이징 금메달을 자랑하는 카를은 역시 세계 최강자였다.
그럼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임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김상겸은 이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와 3차례 올림픽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4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기어코 일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변에 이변을 거듭한 김상겸이다. 그는 1차 예선에서 18위로 탈락 위기에 놓였으나 2차 예선에서 순위를 끌어 올렸다. 1·2차 합계 1분27초18를 기록하며 8위를 차지, 결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16강에선 행운까지 따랐다. 김상겸은 3조에서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와 16강전을 치렀다. 레이스 도중 코시르가 넘어지면서 43초05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김상겸이 8강행의 주인공이 됐다.
8강에서도 행운의 여신이 김상겸에게 미소를 지어줬다. 로날드 피슈날러(이탈리아)는 예선에서 합계 1분25초13로 1위를 기록하며 결선에 오른 강자다. 하지만 피슈날러가 흔들리면서 완주를 포기했고, 43.24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김상겸이 4강 진출의 주인공이 됐다. 해설진도 "이변에 이변"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분 좋은 반전이었다.
그리고 김상겸은 4강에서도 승리하며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확보했다. 다시 한번 블루코스를 탄 그는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초반엔 다소 뒤처졌지만, 중반에 속도를 내면서 역전했고, 그대로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최종 기록은 43초37였다. 잠피로프는 막판에 살짝 삐끗하면서 0.23초 늦게 들어왔다.

비록 결승에선 아쉽게 패했으나 김상겸은 생애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김상겸이다. 그는 이번 대회 전까지 2018년 베이징 대회에서 15위에 올랐던 게 최고 성적이었다.
김상겸의 이번 은메달은 2018 평창 대회에서 이상호가 따냈던 은메달 이후 한국 설상 역사상 두 번째 메달이다. 만약 김상겸이 한 번 더 이기면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한국 설상의 새로운 역사가 된다.
또한 김상겸은 동·하계를 통틀어 한국의 통산 올림픽 400번째 메달 주인공이라는 뜻깊은 기록까지 남겼다. 지금까지 한국은 하계올림픽에서 320개(금 109개, 은 100개, 동 111개), 동계올림픽에서 79개(금 33개, 은 30개, 동 1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김상겸이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면서 400개를 달성하게 됐다.
한국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탈리아 땅에서 아직 메달을 수확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수단 맏형인 김상겸이 가장 먼저 시상대에 오르면서 메달 레이스의 스타트를 끊게 됐다.

한편 함께 출전한 '배추보이' 이상호(31, 넥센윈가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는 결선 16강전에서 안드레아스 프롬메거(오스트리아)보다 0.17초 차로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이상호는 1차 예선에서 블루코스 43초21, 2차 예선에서 레드코스 43초53을 기록하며 합계 1분26초74로 6위에 올랐다. 상위 16명이 결선에 통과하는 만큼 가벼운 예선 통과였다. 이번이 6번째 올림픽 무대인 베테랑 프로메거는 1분27초40, 전체 11위로 예선을 뚫고 올라왔다.
하지만 이상호는 1980년생 프로메거에게 덜미를 잡히며 16강에서 예상치 못하게 탈락하고 말았다. 초반 밀리던 그는 중반부 안정적으로 활주를 펼치며 역전하는가 싶었지만, 마지막 속도전에서 밀리며 결승선을 0.17초 늦게 들어왔다. 8년 만의 메달 획득 꿈이 좌절된 이상호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호는 한국 설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이다. 2018 평창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4년 뒤 베이징에선 예선 1위를 차지하고도 빅 와일드(36, 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 0.01초로 패하며 8강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메달을 겨냥했지만,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맏형 김상겸이 그 아쉬움을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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