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태극마크"… 한국계 빅리거 4인방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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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2월 09일, 오전 12: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는 한국 야구대표팀에 한국계 메이저리거 4명이 합류한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이들은 “어머니의 나라를 대표해 뛰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17년 만의 WBC 8강 진출을 노리는 대표팀으로선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셰이 위트컴. 사진=AFPBBNews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 중인 내야수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우완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을 2026 WBC 한국 대표팀에 포함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네 선수의 공통점은 국적이 미국이지만 어머니가 한국 태생인 혼혈 선수라는 점이다. 올림픽의 경우 선수가 해당 국가의 국적을 취득해야만 대표로 출전할 수 있지만, WBC는 규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부모가 특정 국가의 국적을 갖고 있거나 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대표팀으로 뛸 수 있다. 이들 네 명 모두 같은 케이스다. 이미 2023년 대회 당시 토미 에드먼(LA 다저스)이 같은 규정을 적용받아 태극마크를 단 바 있다.

이들의 발탁은 대표팀이 직면한 현실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문동주(한화이글스) 등 핵심 자원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전력 공백이 생겼다. 장타력을 갖춘 우타자와 이닝을 책임질 투수 부족 문제는 꾸준히 대표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저마이 존스. 사진=AFPBBNews
류 감독은 “대표팀을 맡으며 가장 절실하게 느낀 부분이 우타자와 투수 운용 문제였다”며 “한국계 선수들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존스와 위트컴은 야수진의 핵심 자원이다. 존스는 2025시즌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우타 외야수다. 그는 대표팀 합류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기회를 얻게 돼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어 이정후, 김혜성과 함께 ‘팀 코리아’로 소개된 게시물을 공유하며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게 돼 영광”이라는 소감도 전했다. 과거 인터뷰에서도 그는 “가족에게 의미 있는 선택이라면 주저하지 않겠다”며 대표팀 합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위트컴은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다. 김하성이 부상으로 빠진 유격수 자리를 책임질 전망이다. MLB와 마이너리그에서 검증된 장타력과 선구안은 대표팀 타선에 새로운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해 국제대회에 나서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특별한 일”이라며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라일리 ‘준영’ 오브라이언. 사진=AFPBBNnews
투수진에서는 오브라이언과 더닝의 합류가 눈에 띈다. 오브라이언은 최고 시속 160km를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불펜 투수로, 대표팀에서 마무리 역할이 기대된다. 풀네임에 ‘준영’이라는 이름이 들어 있을 정도로 한국계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오브라이언은 과거 인터뷰에서 “외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준영’이라는 한국 이름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며 “어머니의 나라를 위해 공을 던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한 바 있다. 2023년 WBC에 출전했던 에드먼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로 대회 준비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데인 더닝. 사진=AFPBBNews
더닝에게 WBC는 더 각별하다. 그는 2023년 대회 당시 대표팀에 발탁될 예정이었지만 부상으로 무산된 아픔이 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에서 뛰는 건 어머니에게도,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른팔에 새긴 한글 문신 ‘같은 피’ 역시 가족과 뿌리에 대한 그의 마음을 보여준다.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이번 WBC는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특별한 기회다.

류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지만 ‘어떤 역할이든 맡겠다’고 말해줬다”며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어머니의 나라를 대표하겠다는 간절함으로 뭉친 한국계 빅리거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야구에 잊을 수 없는 값진 순간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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