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1989년생? 아직 어리잖아".
김상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손드리오주의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에 0.19초 차로 패하며 최종 2위를 기록했다.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김상겸은 동·하계를 통틀어 한국의 통산 올림픽 400번째 메달 주인공이라는 뜻깊은 기록까지 남겼다.
지금까지 한국은 하계올림픽에서 320개(금 109개, 은 100개, 동 111개), 동계올림픽에서 79개(금 33개, 은 30개, 동 1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김상겸이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면서 400개를 달성하게 됐다.
한국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탈리아 땅에서 아직 메달을 수확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수단 맏형인 김상겸이 가장 먼저 시상대에 오르면서 메달 레이스의 스타트를 끊게 됐다.

블루코스를 탄 김상겸은 좋은 스타트를 선보였고, 1차 측정 구간을 0.17초 빨리 통과했다. 다만 뒤이어 삐끗하는 아쉬운 실수가 나오면서 카를에게 뒤처졌다.
김상겸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속도를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막 구간에서 카를에게 재역전을 허용하며 0.19초 늦게 피니시 라인에 들어왔다. 모두가 박수를 보낸 쾌거지만, 김상겸은 아쉬운 듯 환하게 웃진 못했다.
그럼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임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김상겸은 이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와 3차례 올림픽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4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기어코 일을 내는 데 성공했다.
김상겸은 예선에서 블루코스 43초74, 레드코스 43초44로 1·2차 합계 1분27초18를 기록하며 8위를 차지, 결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16강에선 행운까지 따랐다. 김상겸은 3조에서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와 16강전을 치렀다. 레이스 도중 코시르가 넘어지면서 김상겸이 8강행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2018년 대회에서 15위에 올랐던 김상겸은 생애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두게 됐다. 그는 8강에서 개최국 이탈리아의 에이스 롤란드 피슈날러와 맞붙었다. 기록을 따지면 사실상 비교가 안되는 상대.
8강에서도 행운의 여신이 김상겸에게 미소를 지어줬다. 피슈날러는 예선에서 합계 1분25초13로 1위를 기록하며 결선에 오른 강자다. 게다가 그는 개최국 선수인 만큼 홈 어드밴티지까지 안고 있었다.
다만 피슈날러는 블루레인에서 레드레인으로 바꾸는 선택을 내리며 많은 이들을 의아하게 했다. 그리고 이는 김상겸의 예상 밖 승리로 이어졌다.
블루레인을 타게 된 김상겸은 다소 뒤처지며 출발했지만, 중간에 속도를 내며 앞서 나갔다. 그리고 후반부 피슈날러가 흔들리면서 완주를 포기했고, 43.24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김상겸이 4강 진출의 주인공이 됐다.

해설진도 "이변에 이변"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분 좋은 반전이었다. 기세를 탄 김상겸은 4강에서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단 결승의 상대 카를은 스노보드의 전설로 불리는 사나이. 1985년생인 그는 FIS 월드컵서 3번의 시즌 종합 우승을 포함해서 대회 1위만 27번을 차지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특히 2010년 밴쿠버 올림픽서 은메달 2014년 소치서 동메달을 딴데 이어서 2022년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도 카를은 전설다운 모습으로 질주하면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순간 카를은 상의를 탈의하고 눈 위에서 세리머니를 하면서 포효했다. 1985년생인 카를의 모습은 마치 1989년생 김상겸에게도 다음 기회가 있다는듯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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