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느려도 포기하지 않은 선수가 만 37세의 나이로 염원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상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손드리오주의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에 0.19초 차로 패하며 최종 2위를 기록했다.
평행대회전은 선수 두 명이 블루코스와 레드코스에서 나란히 출발해 피니시 라인을 먼저 통과하는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예선에서는 두 코스를 번갈아 주행한 뒤 합산 기록으로 순위를 따진다. 여기서 상위 16명이 결선에 올라 토너먼트 방식으로 최종 순위를 가리게 된다.
그런 만큼 언제 어디서 이변이 일어날지 모르는 종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밀라노에서는 김상겸이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두가 '배추보이' 이상호를 주목할 때 김상겸은 이변에 이변을 거듭하며 자신의 4번째 도전에서 기어코 메달을 목에 거는 데 성공했다.


김상겸은 1차 예선에서 18위로 탈락 위기에 놓였으나 2차 예선에서 순위를 끌어 올리며 살아남았다. 그는 1·2차 합계 1분27초18를 기록하며 8위를 차지, 결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16강에선 행운까지 따랐다. 김상겸은 3조에서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와 16강전을 치렀다. 레이스 도중 코시르가 넘어지면서 43초05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김상겸이 8강행의 주인공이 됐다.
8강에서도 행운의 여신이 김상겸에게 미소를 지어줬다. 그가 상대한 로날드 피슈날러(이탈리아)는 예선에서 합계 1분25초13로 1위를 기록하며 결선에 오른 강자다. 하지만 피슈날러가 흔들리면서 완주를 포기했고, 43.24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김상겸이 4강 진출의 주인공이 됐다. 해설진도 "이변에 이변"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분 좋은 반전이었다.
그리고 김상겸은 4강에서도 승리하며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확보했다. 또 블루코스를 탄 그는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초반엔 다소 뒤처졌지만, 중반에 속도를 내면서 역전했고, 그대로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 최종 기록은 43초37였다. 잠피로프는 막판에 살짝 삐끗하면서 0.23초 늦게 들어왔다.
한국 설상 종목 최초의 금메달까지 남은 건 단 1승. 그러나 상대는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인 1985년생 베테랑 카를이었다. 그는 이미 올림픽에서 메달을 3개나 손에 넣은 전설(2010 밴쿠버 은메달, 2014 소치 동메달, 2022 베이징 금메달)이자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결승에서도 블루코스를 탄 김상겸은 좋은 스타트를 선보였고, 1차 측정 구간을 0.17초 빨리 통과했다. 다만 뒤이어 삐끗하는 아쉬운 실수가 나오면서 카를에게 뒤처졌다. 김상겸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속도를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막 구간에서 카를에게 재역전을 허용하며 0.19초 늦게 피니시 라인에 들어왔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카를은 웃통을 벗고 눈 위에 몸을 던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은메달이 확정된 김상겸은 자못 아쉬운 듯 환하게 웃진 못했다.
그럼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임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김상겸은 이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와 3차례 올림픽에서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4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기어코 일을 내는 데 성공했다. '3전 4기' 끝에 이룬 쾌거였다.
김상겸의 이번 은메달은 2018 평창 대회에서 이상호가 따냈던 은메달 이후 한국 설상 역사상 두 번째 메달이다. 또한 그는 동·하계를 통틀어 한국의 통산 올림픽 400번째 메달 주인공이 되는 영예까지 안았다. 이전까지 한국은 하계올림픽에서 320개(금 109개, 은 100개, 동 111개), 동계올림픽에서 79개(금 33개, 은 30개, 동 16개)의 메달을 획득하고 있었다.
3전 4기 끝에 얻은 김상겸의 메달이다. 그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 17위로 예선 탈락, 2018 평창 대회 16강 탈락, 2022 베이징 대회 24위로 예선 탈락했다.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달린 것이 이번 기적의 은메달로 이어진 것이다.
김상겸은 앞서 인터뷰에서 "나는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는 선수"라고 스스로의 도전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는 한체대 졸업 이후 국내 열악한 스노보드 스포츠 사정으로 인해 막노동도 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온 바 있다. 그런 상황서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말대로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것이 새로운 신화로 이어졌다.
느릴지 몰라도 포가히자 않는 선수. 김상겸은 자신의 말대로 느려도 꾸준히 걸으면서 새롭게 자신의 신화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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