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누구에겐 엄격했고, 누구에겐 관대했다. 손흥민(LAFC)의 리더십을 두고 “끝났다”라거나 “완장을 빼야 한다”고 날을 세웠던 토트넘 전문가가 주장 로메로의 무책임한 퇴장 앞에서는 입을 닫았다.
토트넘은 7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0-2로 완패했다. 분수령은 전반 29분. 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선택이 경기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볼 경합 상황에서 타이밍은 늦었고 동작은 컸다. 로메로는 카세미루의 정강이를 가격한 뒤 발목까지 밟았다. 주심 마이클 올리버의 판단은 단호했다. 지체 없는 레드카드. VAR 개입조차 필요 없었다. 그 순간 경기의 흐름은 끝났다.
수적 열세에 놓인 토트넘은 급격히 무너졌다. 전반 38분 브라이언 음뵈모에게 선제골을 허용했고, 후반 36분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쐐기골까지 내주며 힘없이 주저앉았다. 단순한 1패 이상의 후폭풍이었다.

더 뼈아픈 지점은 ‘타이밍’이었다. 로메로는 불과 며칠 전 구단 수뇌부의 투자 부족을 공개 저격했다. “뛸 수 있는 선수가 11명뿐이었다. 부끄러운 일”이라는 SNS 발언은 내부 결속보다 균열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바로 주장 스스로가 팀을 수적 열세로 몰아넣었다. 설득력을 스스로 지워버린 셈이다.
징계도 치명적이다. 이번 시즌 두 번째 퇴장. 다이렉트 레드 3경기에 누적 가중 1경기가 더해져 총 4경기 출전 정지다. 수비 리더의 공백은 순위 싸움에 직격탄이다.
EPL 경기 센터는 ‘과도한 힘으로 상대를 위험에 빠뜨린 심각한 반칙’이라 규정했다. 심판 출신 대런 칸 역시 BBC를 통해 “의심의 여지 없는 레드카드”라 단언했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감쌌지만 부정하진 못했다. “공을 노렸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로메로의 퇴장은 정당하다. 레드카드는 레드카드”라고 인정했다. 주장 완장 박탈 가능성은 일축했지만, 리더십의 타격까지 지울 순 없었다.
이 대목에서 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과거 손흥민의 리더십을 향해 날을 세웠던 ‘전문가’들의 입이다. 지난 시즌 토트넘 출신 미드필더 제이미 오하라는 은퇴 후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손흥민에 대한 독설을 이어왔다.
오하라는 과거 “손흥민은 이제 끝났다”, “주장 완장을 빼앗아야 한다”는 등 평가를 넘어선 발언으로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큰 제안이 오면 손흥민을 내보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는 이제 그에게 너무 빠르다. 속도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의 영향력 부족을 언급하며, 라이언 긱스의 포지션 전환을 예로 들어 “플레이를 바꿔야 한다”고 까지 말했다.

그러나 로메로의 무책임한 퇴장 앞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공개 비판은 사라졌고, 설명은 줄었다. 손흥민에게는 리더십을 문제 삼던 잣대가, 로메로에게는 관대해졌다. 현지에서도 이 온도 차를 주목한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통계는 더 냉정하다. 로메로는 토트넘 합류 이후 리그 최다 퇴장 타이 기록 보유자다. 모든 대회를 합치면 이미 6장. 주장이라는 직책과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그럴수록 대비는 선명해진다. 손흥민은 위기 때 더 차분했고, 팀을 10명이 아닌 12명처럼 보이게 했던 이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로메로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있는 오하라는 오히려 로메로에 대해 레알급 선수라고 극찬을 보낸 바 있다.
폭주하는 로메로 주장 체제에서 손흥민 캡틴 시절이 그리워지는 이유다. 리더의 한 행동은 단순한 반칙이 아니라 팀의 시즌을 흔든다. 그리고 지금 토트넘은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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