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충돌' 베네마르스, 외로운 질주…"꿈 산산조각, 끔찍해"[올림픽]
스포츠
뉴스1,
2026년 2월 12일, 오전 07:30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욥 베네마르스(24)는 12일(한국시간)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남자 1000m 경기에서 홀로 레이스를 펼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 모인 관중들은 베네마르스의 외로운 질주에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응원했지만, 그는 끝내 웃지 못했다.
베네마르스는 당초 11조에서 롄쯔원(중국)과 함께 경기를 펼쳤다. 600m까지 40초99로 좋은 기록을 냈고, 마지막 스퍼트 여하에 따라 메달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직선 주로로 들어올 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베네마르스와 롄쯔원의 스케이트가 살짝 부딪친 것. 이로 인해 베네마르스의 속도는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베네마르스의 기록은 1분07초58. 4개 조를 남긴 상황에서 1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었지만, 충돌이 없었다면 더 좋은 기록을 노릴 수도 있었다.
베네마르스는 결승선 통과 후 기록을 확인한 뒤 분노했고, 롄쯔원을 향해 뒤돌아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롄쯔원이 손을 내밀어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심판진도 롄쯔원이 베네마르스의 경기를 방해했다고 판단하고 실격 처리했다. 피해를 본 베네마르스에겐 모든 경기가 끝난 뒤 재경기를 펼칠 수 있게 했다.
15조까지 모든 경기가 끝난 뒤 베네마르스의 기록은 5위. '빙속 괴물' 조던 스톨츠(미국)가 1분06초28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1위, 스톨츠와 함께 뛴 베네마르스의 동료 예닝 더 보(네덜란드)가 1분06초78로 2위였다.
20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미 모든 힘을 쏟아낸 뒤 1000m 경기를 다시, 그것도 경쟁자 없이 홀로 치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베네마르스는 재경기에서 앞선 기록보다 1초 이상 늦은 1분8초대 레이스에 그쳤고 앞선 기록을 반영해 최종 순위는 5위로 확정됐다.
베네마르스는 경기 후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내 주행 라인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중국 선수가 길을 막았다"면서 "완전히 망했다. 올림픽 꿈이 산산조각나 가슴 아프고 끔찍하다"고 했다.
그는 롄쯔원의 방해가 없었다면 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확신했다.
베네마르스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방해가 없었다면) 내가 메달을 땄을 거라고 믿고 있다"면서 "경쟁 상대도 없는 상태에서 재경기를 한 건 불공평했다. 그래도 메달을 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재경기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틀만 지나면 아무도 이 순간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메달이 없는 선수로 남게 될 것"이라며 "지금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다. 울고 싶은데 눈물도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롄쯔원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선 "그런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동메달, 어쩌면 은메달까지도 딸 수 있었는데 기회를 빼앗겼다"고 말했다.
야크 오리 네덜란드 코치도 "선수들이 올림픽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데, 이런 방해를 받다니 끔찍하다"면서 "코치인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이었는데, 욥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스톨츠, 더 보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중국의 닝중옌이었다. 닝중옌은 베네마르스의 재경기가 끝난 뒤 동메달이 확정되자 코치들과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닝중옌은 "베네라르스의 재경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긴장되고 무서웠다"면서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늘에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고 했다.
4년 전 홈에서 열린 대회에선 이 종목 5위에 그쳤던 그는 "오늘의 동메달은 지난 4년 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