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 최가온이 기뻐하고 있다. 2026.2.13 © 뉴스1 김진환 기자
자신의 꿈을 키우게 한 우상을 '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만났다. 이 자체로도 감격스러운 순간인데 그 '우상'을 꺾고 믿기지 않는 역전 드라마로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18세 소녀 최가온(세화여고)은 2026년 2월, 리비뇨에서 '눈의 여왕' 대관식을 치렀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 클로이 김(미국·88.00점)과 오노 미츠키(일본·85.00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가온은 이날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며 부상 우려를 낳았지만,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역전극을 썼다.
특히 이날 최가온의 금메달이 특별한 건 상대가 이 종목 '최강자'로 통하는 클로이 김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클로이 김은 2018 평창, 2022 베이징 대회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번 대회에선 3연패를 노렸다. 대회 전 어깨 부상을 당해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지만, 예선에서 90.25점으로 전체 1위를 기록하는 위엄을 보이기도 했다.
클로이 김은 이날 결선에서도 1차 시기 88.00점을 받아 선두로 치고 나갔다. 2차 시기까지 그 누구도 이 기록을 넘지 못했고, 최가온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고 봤을 때 클로이 김의 3연패가 유력해보였다.
그러나 최가온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90점을 넘기며 클로이 김을 압박했다. 클로이 김에게도 재역전의 기회가 남아있었지만 실패에 그치면서 3연속 금메달 대신 은메달을 가져가게 됐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 최가온이 은메달리스트 미국의 클로이 김, 동메달리스트 일본의 요노 미츠키와 셀피를 찍고 있다. 2026.2.13 © 뉴스1 김진환 기자
최가온과 클로이 김은 이미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기도 했다. 클로이 김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기에, 경기 내용에 관한 것부터 경기 외적인 이야기까지 주고받으며 사이가 돈독해졌다.
최가온은 "세계 최고의 선수인 클로이 언니와 한 무대에서 경쟁하는 자체로 큰 동기부여가 된다. 한 수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는데, 배움을 넘어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사고'를 쳤다.
클로이 김은 이날 최가온의 투혼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그는 "감동적인 경기였다. 재밌는 건 가온이와 내가 같은 나이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는 점"이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나에게 영향을 받은 선수들이 훌륭하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했다.
우상을 넘어 금메달을 땄지만, 클로이 김에 대한 최가온의 존경심은 여전하다.그는 "오늘, 같이 경기하는데도나도 모르게 자꾸 클로이 언니를 응원하게 됐다"면서 "경기 끝난 뒤엔 언니가 이제 은퇴할 거라며 좋아하더라"고 했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 최가온이 눈물을 흘리며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6.2.13 © 뉴스1 김진환 기자
한편 최가온은 이날 금메달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도 세웠다. 그는 한국 설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스노보드 종목 최초의 아시아 여성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역대 올림픽 스노보드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딴 건 2022 베이징 대회에서 히라노 아유무(일본)의 남자 하프파이프 금메달이 유일했다. 스노보드 여자부에선 2014 소치 대회의 다케우치 토모카(일본·평행대회전), 2018 평창 대회의 류지아유(중국·하프파이프)가 은메달을 딴 게 최고 기록이다.
최가온은 우상을 넘어 새로운 역사까지 함께 하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게 됐다.
starburyn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