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황대헌(27, 강원도청)의 레이스는 이번에도 ‘DQ’라는 두 글자로 정리됐다.
황대헌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1조에 나섰다. 상대는 펠릭스 루셀(캐나다), 류샤오앙(중국) 등 만만치 않았다. 스타트는 나쁘지 않았다. 중위권에서 흐름을 읽던 그는 승부처를 남겨둔 채 속도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네 바퀴를 남긴 시점. 인코스를 파고들며 레인 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퇸 부르(네덜란드)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황대헌은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전광판에는 곧 ‘실격’이 떴다. 심판진의 판단은 단호했다. 메달 도전은 그 자리에서 끝났다.
황대헌은 이미 큰 무대를 증명한 선수다. 2018 평창 500m 은메달, 2022 베이징 1500m 금메달과 5000m 계주 은메달. 올림픽에서 강했고, 결정적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그의 이름 앞에는 늘 ‘공격적’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위험’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붙었다.
대표적인 장면이 2024년 세계선수권이다. 남자 1500m 결승에서 선두를 달리던 박지원을 무리하게 추월하다 페널티를 받았다. 이어진 1000m 결승에서도 박지원과 동선이 겹치는 과정에서 또다시 레인 변경 판정이 나왔다. 이른바 ‘팀킬 논란’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렀다. 승부욕이 팀 전체의 결과를 갉아먹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반복됐다. 과감한 추월은 황대헌의 장점이다. 그러나 국제 무대에서의 기준은 더 엄격하다. 타이밍이 한 박자만 어긋나도, 라인이 반 발만 겹쳐도 판정은 가차 없다. 이번 밀라노에서도 같은 결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날 한국 빙상은 다른 결말을 썼다. 막내 임종언은 이어 열린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4초611을 기록, 옌스 판트 바우트(네덜란드)와 쑨룽(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네 번째 메달이자 첫 빙상 종목 메달이다.
황대헌의 실격은 우연이 아니다. 반복되는 장면에는 이유가 있다. 스피드는 여전하다. 승부욕도 넘친다. 그러나 올림픽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모든 것이 갈린다. 박지원과의 충돌, 세계선수권의 페널티, 그리고 밀라노의 DQ까지.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황대헌은 자신의 스타일을 조정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밀어붙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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