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 위 세대교체' 최가온 금빛 질주... 클로이 김, 품격 있게 왕좌 넘겼다 [2026 동계올림픽]

스포츠

OSEN,

2026년 2월 13일, 오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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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이탈리아 리비뇨의 눈밭 위에서 새로운 여왕이 탄생했다. 동시에 8년간 하프파이프를 지배했던 챔피언은 품격 있는 미소로 왕좌를 내어줬다. 넘어지고 일어선 10대 소녀의 집념과, 세대를 넘겨준 전설의 배려가 함께 만든 장면이었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했던 클로이 김(88.00점)을 제치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동시에 클로이 김이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세웠던 최연소 금메달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금메달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눈발이 날리던 경기장에서 절반이 넘는 선수가 넘어졌고, 최가온 역시 1차 시기에서 파이프 엣지와 충돌하며 크게 쓰러졌다. 경기장이 고요해질 정도의 충격이었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해 우려를 낳았고, 2차 시기에도 여파가 남았다. 반전은 마지막 3차 시기에서 나왔다. 스위치백나인으로 시작해 캡세븐, 프런트나인, 백나인, 백세븐까지 이어진 완성도 높은 런을 펼쳤고 점수는 90.25점이었다. 점수를 확인한 그는 입을 틀어막은 채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기 후 최가온은 "1차 때 세게 넘어지고 나서 어디 하나 부러진 줄 알았다. 그래도 순간 힘이 돌아와 일어났다. 월드컵이었다면 멈췄을 수도 있다. 이건 7살 때부터 꿈꿔온 올림픽이어서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024년 스위스 락스 월드컵 훈련 중 허리를 크게 다쳐 수술까지 받았던 기억도 떠올렸다. 그는 "보드를 못 타고 지내다 보니 삶이 우울해졌다. 다시 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재활을 버텼다"라고 했다.

새로운 챔피언의 탄생을 지켜본 클로이 김의 모습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2차 시기까지 선두를 달리며 3연패에 도전했던 그는 3차 시기 역전을 허용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레이스를 마친 뒤 가장 먼저 최가온에게 다가가 포옹을 건넸다. 그는 "내가 영원히 정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안다. 훌륭한 선수들에게 자리가 넘어가는 게 기쁘다"라며 "가온이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클로이 김에게 최가온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후배였다. 해외 훈련 중 부상을 당했을 때 통역을 자처했고, 식사 자리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멘토였다. 최가온 역시 "1등이 하고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속으로 클로이 김을 응원하고 있었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클로이 김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왼쪽 어깨 부상으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는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런 경험도 의미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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