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주인공은 ‘17세 천재소녀’ 최가온(세화여고)이었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각) 열린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고난도 기술을 완벽히 소화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상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이다. 지난 9일에는 ‘18세 여고생’ 유승은(성복고)이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여자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베테랑 김상겸(하이원)은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은메달을 수확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용평 알파인스키경기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이번 설상 종목의 쾌거 뒤에는 ‘키다리 아저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 신 회장의 ‘스키 사랑’은 유명하다. 6세 때 처음 스키를 신은 그는 대학 시절 선수로 활동했을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평소 지인들에게 ‘경영을 하지 않았다면 스키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 그에게 한국 스키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동계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모든 관심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 쏠렸다. 설상 종목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종목에 머물렀다.
신 회장은 2014년 직접 총대를 멨다. 대한스키협회 회장직을 맡고 ‘한국 스키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회장 재임 기간(2014~2018년)에만 대표팀 경쟁력 강화 및 선수 지원을 위해 175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투자는 계속됐다. 롯데가 지난 10여 년간 설상 종목에 지원한 금액만 총 300억 원이 넘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인프라 투자를 위해 500억 원을 쾌척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신 회장의 설상 종목 사랑은 세심하다. 금메달리스트 최가온과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최가온은 2024년 스위스 월드컵 출전 중 허리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무섭게 떠오르던 유망주에게 닥친 치명적인 위기였다.
소식을 접한 신 회장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에 오지 않고 현지에서 곧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 7000만 원 전액을 사재로 지원했다. 그 결과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치료와 재활을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최가온은 치료를 마친 뒤 신 회장에게 손 편지를 보내 ‘다시 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은혜를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은 결국 올림픽 금메달로 지켜져 돌아왔다.
최가온은 올림픽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신 회장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2년 전 허리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을 때, 사실 올림픽은 커녕 다시 스노보드를 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 무서웠다”면서 “그때 신 회장님이 치료비를 지원해 주시며 ‘걱정 말고 회복에만 전념하라’고 격려해 주셨던 게 제 인생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였다”고 털어놓았다.
최가온의 경기를 TV로 시청한 신 회장은 최가온에게 서신을 보내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2024년에 큰 부상을 겪었던 최가온 선수가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치기만 바랐는데 포기하지 않고 다시 비상하는 모습에 큰 울림을 받았다”고 말했다.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최가온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22년에는 ‘롯데 스키·스노보드팀’을 직접 창단했다. 유망주들에게 계약금과 훈련비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영어 교육 프로그램까지 제공했다.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최가온, 유승은도 이 팀 소속으로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롯데의 활약이 눈에 띈다. 롯데는 대한스키협회와 함께 설상 종목의 대부분이 열리는 리비뇨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대표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한국 설상종목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단순히 메달 뿐만 아니라 밝은 미래까지 수확했다. 이번 대회 주역들은 대부분 2000년대생이다. 최가온, 유승은, 이채운(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정대윤(프리스타일스키 모굴) 등 이른바 ‘Z세대’ 선수들은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안에서 국제 경쟁력을 키웠다.
설원의 황무지에 10년 넘게 진심이라는 씨앗을 뿌린 신 회장과 그의 진심을 믿은 선수들의 노력이 함께 일궈낸 결실이다.
해외전지훈련 중인 국가대표 선수들을 직접 격려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