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오랜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마무리 투수 김병현의 활약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정말 대단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한 일본산 슬러거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통역 켄조는 아직도 김병현을 기억하고 있었다. 옛 기억을 회상하며 엄지 손가락까지 치켜세울 정도였다.
켄조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시카고 화이트삭스 스프링캠프 내 클럽하우스에서 MHN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무라카미의 일정을 확인하던 중 자연스럽게 애리조나를 배경으로 한 야구 이야기가 나왔고, 잠시 담소를 나누던 중 지난 2001년 월드시리즈가 소재가 됐다.
켄조는 “애리조나에서 7년간 살았다”며 “그 때 김병현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애리조나 소속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오랜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마무리 투수 김병현의 활약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정말 대단했었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지난 1999년 애리조나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 겨우 20세였다. 빅리그 데뷔 첫 해 총 25경기에 출전한 김병현은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앞날이 기대되는 활약이었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시즌 6승 6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으로 좋아졌다. 그리고 2001년에는 5승 6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94의 호투를 펼치며 소속팀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데 마무리 투수로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해 월드시리즈는 두고 두고 회자될 정도로 김병현에겐 아픈 기억이 됐다.
김병현은 2001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팀이 3:1로 앞선 9회말에 등판했지만 상대팀 뉴욕 양키스 유격수 데릭 저터에게 동점 솔로포를 허용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병현은 5차전 때도 애리조나가 2:0으로 앞선 9회말에 또 다시 마운드에 올랐지만 스코 브로셔스에게 동점 2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도 뉴욕 양키스가 연장 12회에 터진 끝내기 안타로 3:2로 역전승했다. 4차전과 5차전 패배 모두 김병현의 블론세이브가 빌미가 된 셈이다.
켄조는 당시 상황을 떠 올리며 “김병현이 정규시즌 때 잘해준 건 맞지만 월드시리즈 4차전과 5차전에서 연속 홈런을 맞을 때는 정말 미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당시 김병현은 애리조나 홈팬들에게도 야유을 받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애리조나가 홈에서 열린 마지막 7차전에서 승리하지 않았다면 김병현은 두고 두고 애리조나 팬들로부터 시달렸을 것이다.
이때의 아픔이 김병현에게는 약이 됐다. 그는 이듬해인 2002년 자신의 빅리거 커리어하이인 시즌 8승 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2.04의 호투를 펼쳤다. 팬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올스타에도 뽑히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김병현은 선발투수에 대한 미련을 끝내 버리지 못했다. 보스턴을 거쳐 콜로라도로 이적한 김병현은 마무리에서 선발로 변신했지만 결과는 8승 12패 평균자책점 5.57로 좋지 못했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콜로라도-플로리다(현 마이애미)-애리조나’ 3팀을 전전하며 10승 8패 평균자책점 6.08로 더 나빠졌다. 그리고 이 시즌을 끝으로 김병현은 더 이상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2001년 애리조나 감독이었던 밥 브렌리는 과거 MHN과 인터뷰에서 “김병현이 만약, 선발을 고집하지 않고 마무리 투수로 계속 던졌다면 메이저리그에 롱런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선발을 고집하다 이른 나이에 은퇴한 제자의 재능에 아쉬움이 묻어나는 발언이었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총 9시즌을 뛰어 통산 54승 60패 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의 기록을 남겼다.
사진=©MHN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