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의 개최국인 이탈리아가 현재까지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보다 더 많은 메달 획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선수의 활발한 참여를 독려한 결과다.
17일(이하 한국시간) 로이터 통신 따르면 이탈리아는 현재까지 총 22개의 메달을 땄으며, 이중 여자 선수들이 10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남성부에선 7개, 혼성 경기에선 5개 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이탈리아가 획득한 금메달 8개 중 6개를 여성 선수들이 따냈다.
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금메달을 딴 프란체스카 롤로브리지다는 두 살배기 아들을 안은 모습이 포착돼 '이탈리아의 슈퍼 맘'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바이애슬론의 리사 비토치는 해당 종목에서 이탈리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안드레아 뵈터와 마리온 오버호퍼는 여자 2인승 루지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런 성과는 여자 선수들의 활발한 참여를 꼽을 수 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여성 선수 비율은 47%로, 2022년 베이징 대회(44.7%)보다 증가했다.
특히 출산한 여성 선수의 엘리트 스포츠 복귀를 장기간 지원한 게 빛을 봤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 올림픽 위원회(CONI)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출산을 겪고도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되찾은 55명의 선수를 추적 조사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출산이 선수 경력의 종착점이 아니라, 떠안고 갈 수 있는 하나의 단계임을 확인했다. 물론 적절한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이후 이탈리아는 △초기 임신 단계 훈련 지침 △산후 회복 프로그램 △엘리트 대회 복귀 절차 등을 마련했다. 일부 연맹은 출산 휴가 기간 랭킹을 동결해 선수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육아기 초기의 선수들이 훈련·대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보육비나 가족 동반 이동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10대 여성 선수들의 스포츠계 이탈을 막는 노력도 있다. 여성 선수가 학업과 경기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듀얼 커리어' 제도다.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많은 여성 선수가 14세가 되면 학업 때문에 스포츠를 포기한다. 듀얼 커리어 제도는 이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다. 정부령에 따라 학교는 선수들의 시험 일정, 과제, 출석 규정을 조정해 줘야 한다.
디아나 비안케디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 부회장은 "나 역시 학업 부담으로 16세에 스포츠를 그만뒀다. 그러나 이후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면서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선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탈리아의 메달 급증은 올림픽 조직 전반에서 여성 리더십이 확대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며 "대회 이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