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최민정이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확보한 후 태극기를 두르고 인사하고 있다. 2026.2.21 © 뉴스1 김성진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은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28·성남시청)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무대였다.
8년 전 스무 살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최민정은 이번 대회 메달 두 개를 더해 총 7개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스포츠사의 이정표를 세웠다.
쇼트트랙의 입지전적인 선수였지만, 세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에 임하는 부담감은 컸다. '전력 평준화'로 경쟁국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금메달 3개 이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쇼트트랙 대표팀이 짊어져야 할 무게는 더더욱 무거웠다.
주장을 맡은 최민정도 책임감이 더더욱 커졌다. 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도 의식됐다. 당연히 따놓은 메달은 없는데, 모두 '에이스'에게 메달 두 개 이상을 기대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대회 처음 출전 종목인 혼성계주 2000m에서 대표팀 동료 김길리(성남시청)가 미국 선수와 충돌해 넘어져 메달을 놓쳤고, 여자 500m와 1000m에서도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연이은 실망스러운 성적표였지만, 최민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가다듬고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냈다. 19일 김길리(22·성남시청), 노도희(31·화성시청), 이소연(33·스포츠토토), 심석희(29·서울시청)와 완벽한 호흡을 펼치며 여자 3000m 계주 우승을 합작했다.
이어 21일 대회 마지막 쇼트트랙 경기인 여자 1500m에서 김길리에 이어 결승선을 통과, 은메달을 추가했다.
최민정은 이 은메달로 한국 올림픽사 모든 종목을 통틀어 '최다 메달리스트'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올림픽 데뷔 무대였던 2018 평창 대회에서 1500m와 3000m 계주 금메달을 땄고, 2022 베이징 대회에서도 1500m 금메달과 1000m, 3000m 계주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선 3000m 계주 금메달과 1500m 은메달을 더했다.
총 메달 7개를 수확한 최민정은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을 제치고 한국 선수 동·하계 통틀어 올림픽 최다 메달 '단독 1위'가 됐다.
전설의 반열에 오른 최민정은 박수받을 때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후회 없이 모든 걸 쏟고 달린 그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을 선언, 아름답게 퇴장했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심석희(왼쪽부터), 노도희, 이소연, 김길리, 최민정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2026.2.19 © 뉴스1 김성진 기자
최민정이 메달 7개를 쓸어 담았지만, 무대를 밟는 것조차 영광인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 한 개를 따기 위해선 갈고닦은 기량과 피나는 노력은 물론 하늘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그 간절한 선택을 받기까지 참 오래 걸린 선수도 있었다.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이소연은 단체전 주자로 이번 대회에 출전, 여자 3000m 계주 우승에 힘을 보탰다.
준결선에서 역주를 펼쳐 결선 진출을 이끌었던 이소연은, 결선에선 후배들의 레이스를 응원했다.
2012년 국가대표가 된 이소연은 한동안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올림픽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네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30대가 된 뒤에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22-23시즌부터 태극마크를 놓치지 않았고,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계주 동메달을 따며 첫 종합스포츠대회 입상에 성공했다. 1년 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김상겸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시상식을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26.2.8 © 뉴스1 김진환 기자
대회 한국 선수단 1호 메달 주인공인 김상겸(37·하이원)도 오랜 노력 끝에 결실을 본 케이스다.
김상겸은 8일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2014 소치 대회부터 2022 베이징 대회까지 빈손에 그쳤던 김상겸은 4번째 무대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감격스러운 첫 메달을 얻었다.
생계 문제로 일용직 막노동까지 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왔던 김상겸은 감동의 드라마를 쓰며, 많은 팬에게 울림을 줬다.
아울러 한국 동·하계 통틀어 올림픽 400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됐고, 개인 종목 기준 역대 최고령 메달리스트로 역사를 새로 썼다.
메달을 향한 의미 있는 '전진'도 있었다.
차준환(25·서울시청)은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4위를 기록, 2010 밴쿠버 대회 금메달과 2014 소치 대회 은메달을 딴 김연아 이후 한국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최고의 성적을 냈다.
2018 평창 15위, 2022 베이징 5위에 올랐던 차준환은 꾸준하게 성적을 끌어올렸다.
피겨 차준환이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6.2.14 © 뉴스1 김성진 기자
이번에는 메달에 근접했다. 273.92점을 받은 차준환은 3위 사토 슌(일본·274.90점)에게 불과 0.98점 뒤졌는데, 프리스케이팅 점프 실수가 뼈아팠다.
아쉽게 메달을 놓쳤으나 차준환은 한국 남자 피겨 선수도 충분히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채운(20·경희대)은 세계 최초로 '트리플 콕 1620'(공중에서 4바퀴 반을 도는 기술)을 성공하며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6위를 기록, 4년 뒤 2030 알프스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승훈(21·한국체대)도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최초로 하프파이프 결선에 올랐다. 결선 직전 훈련 도중 무릎을 크게 다쳐 도전을 멈춰야 했지만, 이승훈은 4년 뒤를 기약했다.
정대윤(21·서울시스키협회)도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듀얼 모굴 8강까지 진출하며, 가능성을 봤다.
rok195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