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돌아왔다" 김길리 덮쳤던 美 스타, 끝내 활짝..."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사과→동메달 '해피엔딩' [2026 동계올림픽]

스포츠

OSEN,

2026년 2월 22일, 오후 03:48

[OSEN=고성환 기자] 악연으로 대회를 시작했던 코린 스토더드(25·미국)와 김길리(22, 성남시청)가 나란히 서서 웃으며 '해피 엔딩'을 맞았다.

김길리와 최민정은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나란히 1, 2위로 들어오며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3번째 금메달이었다. 김길리는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개인전 우승까지 일궈내며 1000m 동메달과 여자 계주 3000m 금메달에 이어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2018 평창 대회와 2022 베이징 대회 챔피언 최민정은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비록 쇼트트랙 역사상 첫 개인 종목 3연패라는 대기록은 놓쳤지만, 후배와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며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었다.

이날 김길리와 최민정은 레이스 중반까지 나란히 중간 위치에서 달렸다. 그러다가 최민정이 7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추월하며 2위까지 올라섰고, 김길리가 뒤이어 3위에 자리했다.

그리고 둘은 결승선 3바퀴가 남은 시점에서 매섭게 치고 나왔다. 선두 스토더드를 인코스와 아웃코스로 거의 동시에 제치며 금메달 경쟁을 벌였다. 힘이 조금 더 남아있던 김길리가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가장 먼저 들어왔고, 최민정이 두 번째로 들어왔다. 최민정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김길리를 꼭 안아줬다.

3위는 스토더드의 몫이었다. 비록 그는 한국 선수 두 명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진 못했으나 귀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미국 여자 쇼트트랙 역사상 16년 만의 메달, 1500m 첫 메달이기에 더욱 뜻깊은 성과다.

결승선을 통과한 스토더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포디움에 오른 뒤엔 김길리 옆에서 폴짝 뛰어오르기도 했다. 함께 시상대에 선 김길리, 최민정과 기념사진도 남겼다.

사실 스토더드에게 이번 대회는 최악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는 2025-20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종합 2위에 오른 강자지만, 밀라노에선 말 그대로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 

스토더드는 여자 500m에서 결승 두 바퀴를 남기고 넘어졌고, 혼성 계주에서도 두 차례나 충돌했다. 특히 혼성 계주 2000m 준결승에서 김길리를 덮쳐 한국까지 탈락하게 하며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악플 때문에 소셜 미디어까지 닫은 스토더드. 그는 "어제 경기력에 대해 팀 동료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드리고 싶다. 내 사고로 영향을 받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사과문을 올리며 "토요일 1000m 경기까지 훈련을 통해 원인을 찾아내겠다. 그때는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코린 스토더드의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스토더드는 1000m에서도 또다시 미끄러지고 말았다. 결국 그는 "그렇게 많이 넘어졌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다. 올림픽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번번이 무너지는 모습 또한 부끄럽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늘 곁에 있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내가 내 자신답지 못했던 점 죄송하다"라며 마지막 1500m에 모든 걸 걸겠다고 각오했다.

그리고 스토더드는 마침내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미소와 함께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코뼈 골절로 은퇴까지 고민했던 그는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도 수난을 겪은 끝에 목표를 이루는 데 성공한 것.

미국 '시애틀 타임스'는 "결승선을 향해 발을 밀어 넣는 순간, 코린 스토다드의 얼굴에는 순전한 안도감이 번졌다. 마침내, 올림픽 메달이 그녀의 것이 됐다"라며 "이제 그녀는 4년 뒤 2030년 프랑스 알프스에서 열릴 동계 올림픽을 위해 훈련할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짚었다.

스토더드도 만감이 교차한 모습이었다. 그는 "말 그대로 지옥 밑바닥에서 올라왔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울었다. 내 인생에서 최악의 열흘 반이었다"라며 110%로 밀어붙이며 너무 애쓴 게 독이 됐다고 되돌아봤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순 없겠지'라는 마음으로 들어선 1500m에선 제 실력을 보여준 스토더드. 그는 "이렇게 멋진 하루를 보내고 메달을 들고 떠난다는 게 정말 다행이다. 올림픽의 압박 속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나 자신에게 증명했다"라고 힘줘 말했다.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딴 옌스 판트 바우트도 스토더드에게 축하를 건넸다. 그는 지나가며 "축하한다. 정말 기쁘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스토더드는 "고맙다. 끔찍한 올림픽이었지만, 끝은 좋았다"라며 미소 지었다. 우여곡절 끝에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 그의 두 번째 올림픽이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