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나 기자)
노르웨이는 최근 세 번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순위와 전체 메달 집계 순위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도 기세는 이어지고 있다.
◇단일대회 최다 금메달 신기록
22일(한국시간) 기준 노르웨이는 금메달 18개를 기록하며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크로스컨트리 스키(7개), 바이애슬론(3개), 노르딕 복합(3개), 프리스타일 스키(2개), 스키 점프(2개), 스피드스케이팅(1개) 등 전통적인 강세 종목에서 고르게 성과를 냈다. 총 메달 수에서도 40개로 2위 미국(32개)을 크게 앞서며 4회 연속 종합 1위를 확정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노르웨이는 이번 대회 전까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48개, 은메달 134개, 동메달 124개를 획득해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인구 560만 명이 사는 북유럽 작은 나라가 어떻게 이 같은 성과를 내는 걸까. 출발점은 오히려 실패였다.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금메달을 단 한 개도 따지 못하자 노르웨이 정부는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1994년 자국에서 열리는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피아토펜(Olympiatoppen)’을 설립해 엘리트 선수 발굴과 육성을 전담하도록 했다. 그 결과, 홈 대회에서 금메달 10개를 따내며 부활했다.
특이한 점은 노르웨이의 방식은 단순한 엘리트 집중 훈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핵심은 ‘인간 중심의 성장’이다. 행복한 아이와 건강한 시민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스포츠는 메달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고 본다. 노르웨이 스포츠의 정체성이 ‘지속 가능한 스포츠’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르웨이의 스포츠 모델에 대해 “미국에서 유소년 비용이 급등하는 동안 노르웨이는 누구나 저렴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승리보다 재미를 우선시하고, 조기 전문화를 강요하지 않는다. 13세 이전에는 점수조차 기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는 재능을 발견하면 13세 이후 엘리트 아카데미에 선발해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게 한다.
토레 오브레보 노르웨이 대표팀 단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소년 스포츠에서 승리에 집착하지 않고 참여와 즐거움을 우선할 것 △종목 간 장벽을 낮출 것 △참여의 문턱을 낮출 것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스포츠의 목적은 건강한 삶”이라며 “어린 시절에는 승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계 스포츠는 장비 등 비용이 많이 들어 유입이 쉽지 않지만, 노르웨이는 중고 장비시장이 활성화돼 있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저변 확대가 경쟁력의 원천인 셈이다.
◇가족·지역 사회가 선수 키워내
유소년 시기에 한계를 두지 않는 정부 정책이 빛을 발한 대표적 사례가 크로스컨트리스키 ‘절대강자’ 요하네스 클레보다. 클레보는 2세 때부터 스키화를 신고 지역 멀티 스포츠 클럽에서 여러 종목을 경험했다. 또래들에 비해 키가 작고 왜소해 스키 선수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13세 전까지 어린이들의 스포츠 기록이나 점수·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는 규칙 덕분에 기죽지 않고 즐겁게 스키를 탔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진로를 정한 뒤에는 할아버지의 지도를 받았고, 훈련 일정까지 가족이 함께 짰다. 10대 중후반에 키가 쑥쑥 자라 183cm의 건장한 체격을 갖췄고 10여년 동안 동계 스포츠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크로스컨트리 스키 6종목에 걸린 금메달을 휩쓸어 역대 동계올림픽 단일 대회 최다관왕으로 우뚝 섰고, 통산 금메달 획득 갯수도 11개로 늘렸다. 정부 정책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는 가정, 지역 클럽의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
노르웨이는 1명의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다. 특정 세대의 황금기가 아니라, 지속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세계가 클레보를 주목하는 사이 옌스 루라스 오프테브로(노르웨이)가 노르딕 복합에서 금메달 3개를 보탰다. 이것이 노르웨이 스포츠 육성의 진짜 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노르웨이는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내리며 산악지형이 발달한 자연환경의 이점이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경제 역시 동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노르웨이는 메달을 목표로 시스템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오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풀뿌리 생활체육에 기반해 동계올림픽 세계 최강국에 우뚝 섰다.
한편, 엘리트 선수 위주의 대한민국은 이날 현재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해 종합 13위에 자리했다. ‘톱10’ 목표 달성도 사실상 실패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50km 클래식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금·은·동메달을 휩쓴 노르웨이 선수단.(사진=AP/뉴시스)
노르웨이 어린이들이 홀멘콜렌 스키점프 경기장 인근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눈에 익숙한 모습.(사진=AFPBB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