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엄민용 선임기자) 박정환 9단이 세계 최대 규모의 ‘세계 기선전’ 초대 챔프 등극에 바짝 다가섰다.
25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15층 특설 대국장에서 열린 제1회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한국 랭킹 2위 박정환 9단이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싱하오 9단을 상대로 백 불계승을 거두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남은 두 판의 대국에서 1승만 건지면 우승 상금 4억 원(준우승 상금 1억 원)과 함께 대회 첫 우승의 영예를 품에 안는다.
이날 대국에서 박정환 9단은 그동안 받아온 평가대로 약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 ‘무결점 바둑’을 보여줬다. 돌가리기에서 백을 잡은 박정환 9단은 초반부터 좌상귀와 우상귀 등에서 알뜰하게 실리를 챙긴 후 중앙 일대의 흑진에서 멋진 타개 솜씨를 보여주며 왕싱하오 9단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50여 수부터 인공지능 승리 예상치에서 우위를 점한 박정환 9단은 110여 수에 이르러서는 승률 그래프가 흰색으로 꽉 채워질 정도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특히 중앙 전투에서 나온 왕싱하오 9단의 실착을 응징하며 왕싱하오 9단의 전의를 상실케 만들었다. 왕싱하오 9단의 착각이 있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강공과 수비를 효율적으로 안배한 박정환 9단의 전투력이 빛을 발한 승리였다. 왕싱하오 9단으로서는 154수에 이르러 계시기를 멈춰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던 박정환 9단의 완승국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쉬하오훙 9단(대만), 양카이원 9단(중국), 이치리키 료 9단(일본), 당이페이 9단(중국) 등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는 선수들을 연파하며 결승 무대를 밟은 박정환 9단은 이날 승리로 통산 6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정상 정복을 눈앞에 두게 됐다. 26일과 27일 연이어 벌어지는 결승 2·3국 가운데 한 판만 승리하면 2021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5년 만에 세계 메이저 타이틀 홀더로 복귀한다.
1993년생인 박정환 9단은 2013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무려 59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를 지켜 왔다. 이 기간 중 세계 1인자의 위용도 뽐냈다. 하지만 2010년 1월 이후 신진서 9단에게 1인자의 자리를 내준 뒤 오랜 기간 한국 랭킹 2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박정환 9단으로서는 이번 결승전이 ‘왕의 귀환’을 알릴 절호의 기회다.
대국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박정환 9단은 “중앙전투에서 흑 두 점을 잡으면서 승리를 예감했다”며 “그동안 초반 포석 연구를 많이 했는데, 30~40수까지 익숙한 모양이 나와 시간을 많이 절약했다. 중반 이후 초읽기에 몰리지 않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컨디션을 잘 유지해 내일 꼭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이어지는 결승 제2국은 26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바둑TV가 이를 생중계한다. 박정환 9단이 2국도 승리하면 승부는 그것으로 끝나고, 만약 패하면 27일 결승 최종국을 치른다.
한편 이날 대국이 치러진 신한은행 본점에서는 결승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알파고에 이긴 유일한 인류’ 이세돌 9단이 현장을 찾아 바둑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사인회를 열었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기사 최택 역을 맡았던 배우 박보검이 특별 게스트로 참석해 결승전을 벌이는 두 선수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박보검은 대국장까지 찾아와 두 선수에게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내 프로기사들이 대거 참여해 바둑 꿈나무 50명을 대상으로 특별 멘토링 이벤트로 미래 유망주들에게 실전 노하우를 전했다.
제1회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은 신한은행이 후원하고 매경미디어가 주최하며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30분에 추가시간 20초가 주어진다.
사진=MHN 엄민용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