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삼 스포츠부 부국장
카톡에 뜬 수많은 ‘안 읽은 메시지’를 보지 않고도 온전히 나만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그는 당당히 방을 나갔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충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휴가 간다고 단톡방을 나간 기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방을 꼭 나가야하나?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나도 해 봤다. 휴가 때 단톡방 나가기를.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하루에 수백 개 쌓이던 카톡 메시지로부터 해방되는 순간, 그게 진정한 휴가였다. 왜 진작에 몰랐을까.그때부터 생각했다. 배워야겠다고. 후배들, 젊은 세대에게서.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1차 시기에 큰 충돌을 겪고 아무도 없는 눈 바닥 위에 홀로 쓰러진 최가온 선수. 부상에 기권을 권유하는 대회 관계자를 뿌리치고 두 번, 세 번째 날아올라 금메달을 쟁취한 최가온의 마지막 연기는, 승패를 넘어선 무언가를 보여줬다.
이번 대회 1호 메달리스트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김상겸 선수도 평소 일용직을 전전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았다는 얘기에 고개가 숙어졌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끝끝내 금메달을 목에 건 2004년생 김길리, 최다 메달리스트로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이 된 최민정, 여러 차례 상처를 입은 악재에도 한국 설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딴 고등학생 유승은. 별처럼 빛나는 ‘올림픽 국대’들을 보면서 경외심이 들었다. 그들은 이름은 달라도 모두 서로 닮아 있었다.
문득 든 생각, 왜 우리 정치에는 ‘올림픽 국대’ 같은 정치인이 없을까.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는. 지지 여부를 떠나 박수를 보내고 싶은 사람 말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평가는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당 대표에 대한 평가는 곧 우리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정작 우리들의 삶과 직결된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은 왜 이리 사랑을 받지 못할까.
올림픽 국대들이 보여준 헌신과 희생, 열정 등은 비단 스포츠에만 국한되는 게 아닐 것이다. 국민이 박수를 보내는 ‘국대 정치인’을 보고 싶다.
argu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