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공동 구단주인 짐 랫클리프 경의 '이민자 식민지화' 망언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 과정에서 '해버지' 박지성도 당당히 등장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일(이하 한국시간) "맨유 팬들이 랫클리프를 향해 '우리는 이곳의 외국인들을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랫클리프의 이민자 관련 발언 이후 처음으로 올드 트래포드(맨유 홈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관중석의 반응이 나왔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지난 1일 잉글랜드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홈 경기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맨유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 12분 상대 수비수 막상스 라크루아의 퇴장으로 흐름을 뒤집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20분 베냐민 세슈코가 역전골을 터트리며 팀에 승점 3점을 안겼다. 상승세를 이어간 맨유는 마이클 캐릭 임시 감독 체제에서 6승 1무를 거두며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날 올드 트래포드 관중석에 등장한 대형 배너도 화제를 모았다. 최근 논란을 빚은 랫클리프 경의 이민 관련 발언을 저격한 배너였다. 글로벌 화학 기업 이네오스(ENOS) 창업자인 그는 영국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영국은 이민자들에 의해 식민지화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맨유 팬들은 이에 대해 항의했다. 박지성을 비롯해 영국 바깥에서 날아온 구단 레전드들의 얼굴을 내걸며 랫클리프 경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맨유 구단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해당 배너를 허용할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팬들은 구단의 눈을 피해 몰래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래프는 "맨유 팬들은 올드 트래퍼드에서 외국인을 사랑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고 싶어 했다. 관중들이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배너에는 구단 영웅인 에릭 칸토나, 파트리스 에브라, 올레 군나르 솔샤르, 박지성, 브루노 페르난데스, 아마드 디알로, 카세미루의 사진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그 아래에는 '맨유는 이민자들에 의해 자랑스럽게 개척됐다'라는 명확하고 직설적인 문구가 적혀 있었다"라며 "실제로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환호는 포르투갈 선수와 슬로베니아 선수가 넣은 골로 거둔 승리를 향한 거였다. 오늘날 프리미어리그는 사실상 이민자들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맨유 팬들의 항의는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경기장 바깥의 '맷 버스비 경 웨이' 난간에 '이민자는 사랑하고, 탈세자는 미워하자'는 또 다른 현수막이 내걸린 것.
랫클리프 경은 자신의 표현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영국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그에 대한 반발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올드 트래포드를 방문하지도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랫클리프는 이날 경기를 관전하러 오지 않았다. 영국에 세금을 내지 않고 체류할 수 있는 허용 일수를 이미 다 사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랫클리프 경은 모나코 공국에 거주하며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물론 맨유는 캐릭 감독 밑에서 부활하고 있는 만큼 시위나 집단적 항의 움직임으로 번지진 않았다. 다만 박지성을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이 담긴 배너를 제작한 한 팬은 "우리 일부에게 랫클리프의 발언은 이 클럽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름부터가 '유나이티드'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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