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2일 개막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대보다 불안감이 더 짙어지고 있다. 개최국 미국은 이란을 공습,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전되는 양상이고, 멕시코 현지는 테러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의 정권 교체를 시사하며 공습을 감행했고,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수많은 지도부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이란이 반격에 나서면서 중동 전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땅에서 월드컵 조별리그가 예정돼 있는 이란은 월드컵 참가가 어렵다는 뜻을 피력했다.
외신들은 이란이 출전하지 못할 경우 이라크나 아랍에미리트(UAE)가 대신 출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어떤 상황이든 분위기는 처지고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란이 참가하지 않더라도 이번 공습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월드컵 기간 물리적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미국의 비자 발급 금지 정책도 문제가 된다. 미국은 지난해 39개국의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월드컵 본선 출전팀인 아이티와 이란이 포함돼 있다.
월드컵을 개최해 놓고 손님이 올 수 있는 방법은 막겠다는 뜻이라, 큰 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월드컵 기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정부는 월드컵을 보러 올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공동개최국 멕시코도 시끄럽다.
멕시코의 가장 강력하고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 범죄 조직의 수장인 '엘 멘초'가 미국의 도움을 얻어 정부군에 의해 사살된 이후 조직원들이 멕시코 군과 총격전을 벌이고, 도로를 차단하고, 차량을 불태우는 등 보복에 나섰다. 이 과정서 최소 62명이 목숨을 잃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정세다.
특히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는 한국으로서는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르는 에스타디오 아크론 근처에서는 시체가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멕시코는 문제를 잘 대처할 수 있다. 축구의 나라 멕시코는 월드컵 기간 정부와 국민 모두 협업해 최고의 축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지만,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외에 월드컵 입장권 가격도 축제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FIFA가 발표한 북중미 월드컵 입장권 가격은 조별리그 180~700달러(약 26만~103만원), 결승전은 4185~8680달러(약 619만~1284만원) 등으로 높게 책정됐다. 지난 2022 카타르 대회(69~1607달러)와 비교하면 최대 5배 이상 폭등했다.
유럽축구서포터즈(FSE)는 "입장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모두의 축제를 만들겠다는 FIFA가 팬들을 배신했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논란이 커지자 FIFA는 '서포터 엔트리 티어'라는 이름의 60달러(약 8만8000원)짜리 최저가 티켓을 만들어 팬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는 각 축구협회에 배정된 소수의 티켓이라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