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 위기서 오타니와 대결...상대할 것인가, 거를 것인가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3월 07일, 오전 11:37

[도쿄=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1998년 5월 28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 8-6으로 앞선 애리조나는 9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당시 최고의 슈퍼스타였던 배리 본즈.

벅 쇼월터 애리조나 감독은 고민끝에 구원투수 그렉 올슨에게 배리 본즈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1점을 그냥 헌납하더라도 홈런은 맞으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찌보면 비겁하고 소심한 결정일수도 있었ㅇ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만전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는 오타니 쇼헤이. 사진=AFPBBNews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안타 한방이면 동점 또는 역전이 가능한 상황에서 본즈는 너무나 강력한 타자였다. 본즈보다는 후속타자 브렌트 메인이 훨씬 상대하기 편한 타자인 것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쇼월터 감독의 결정은 옳았다. 애리조나는 1점 차로 쫓긴 상황에서 메인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승리로 이끌었다.

어쩌면 류지현 한국대표팀 감독도 그런 비슷한 고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 만의 경기. 대만은 0-1로 뒤진 2회초 선발투수 정하우쥔의 제구 난조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1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는 오타니가 들어섰다.

오타니에게 한 방을 맞으면 그대로 승부가 기울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대만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그건 최악의 수였다. 오타니는 정하오준의 바깥쪽 느린 커브를 가볍게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으로 연결했다.

실투도 아니었다. 나름 바깥쪽으로 제구가 된 공이었지만 오타니의 배트에 여지없이 걸렸다. 이날 오티니는 만루홈런에 이어 2회초 다시 타석에 들어서 적시타를 때렸다. 한 이닝 5타점을 올리며 WBC 한 이닝 최다 타점 신기록을 세웠다.

오타니의 놀라운 활약에 힘입어 일본은 대만에 13-0,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오타니의 용감하게 정면승부를 펼쳤던 대만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경기 후 정하오쥐 대만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오타니와 승부는 이제 우리의 얘기가 됐다. 한국은 7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일본과 2차전을 치른다. 이틀전 체코에 10-3 승리를 거두면서 팀 분위기가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일본은 체코가 아니다. 차원이 다른 상대다. 냉정하면서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아예 승부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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