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C조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 체코를 상대로 11대 4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6.3.5 © 뉴스1 구윤성 기자
볼넷은 곧 대량 실점이다. '숙적' 일본과의 맞대결을 앞둔 한국 야구가 3년 전 '도쿄돔 참사'에서 얻은 교훈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이유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난 5일 체코와의 1차전에서 11-4 대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최근 3개 대회에서 지독하게 따라붙었던 '1차전 징크스'를 깼고 홈런포를 4방이나 쏘아 올리며 공격력을 과시했다.
다만 이어지는 2차전 상대 일본은 체코와는 차원이 다른 상대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요시다 마사타카, 스즈키 세이야, 무라카미 무네타카 등 빅리거가 즐비하다.
8강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 일본에 패하더라도 대만, 호주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고 현실적인 과제이긴 하다. 하지만 일본전을 맥없이 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일단 최선을 다해 맞붙어 봐야 한다.
2023 WBC에서 일본에 대패했던 야구 대표팀. © 뉴스1 김진환 기자
3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한국은 당시 1라운드에서 일본과 맞붙어 4-13의 대패를 당했다. 콜드게임 직전까지 갔던 굴욕적인 패배였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선발로 나선 김광현이 잘 버텼고, 3회초 양의지의 2점홈런 등으로 3점을 먼저 선취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마운드가 급격히 무너졌다. 잘 던지던 김광현이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3회말에만 4점을 내주고 역전했다.
이후 한국은 더 이상 리드를 잡지 못했다. 김광현 이후 등판한 젊은 투수들이 제구가 잡히지 않은 채 두들겨 맞아 나갔다. 이날 한국이 내준 볼넷이 9개에 발했다. 제대로 된 제구로 맞붙어도 쉽지 않았는데 먼저 지고 들어가는 싸움을 한 격이었다.
또 한 번 WBC에서 맞붙는 이날도 결국 마운드가 잘 버텨주는 것이 관건이다.일본 타선은 3년 전보다 더 강해졌다. 볼넷 하나가 대량 실점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일본은 전날(6일)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13-0, 7회 콜드게임의 완승을 거뒀다. 오타니가 만루홈런을 때리는 등 2회에만 무려 10점을 뽑아냈다.
대만 역시 사사구가 도화선이 됐다. 대만 선발 정하오춘은 선두 타자 무라카미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마키 슈고에게 안타를 맞은 뒤 겐다 소스케를 몸 맞는 공으로 출루시켜 만루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오타니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대만 마운드는 볼넷 3개를 더 내줬고 일본 타선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대만이 이날 기록한 7사사구 중 5개가 2회에 나왔고 일찌감치 승부가 갈린 원인이 됐다.
한국은 이날 선발로 사이드암 고영표가 나온다. 고영표는 공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만큼은 KBO리그 톱클래스에 꼽히는 선수다. 고영표 스스로가 볼넷을 주는 것을 극도로 꺼려해 '맞더라도' 정면승부를 펼친다.
이것이 오히려 일본 타선을 상대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맞아 나간다고 해서 모든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볼넷으로 허무한 출루를 내주면 야수들도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일본전 선발투수로 나서는 고영표. © 뉴스1 장수영 기자
투구수 제한이 있어 고영표가 길게 던질 수는 없겠지만, 이후 등판하는 투수들 역시 '차라리 맞는다'는 마음가짐으로 과감한 승부에 나설 필요가 있다. 도망가는 피칭은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이번 대회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아닌 심판의 육안에 의해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이뤄진다는 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심판 고유의 존을 빠르게 캐치해 공략할 수 있다면 좀 더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을 터다.
일본과의 승부는 사실상 한국이 '언더독'의 입장에서 도전하는 경기다. 어차피 잃을 것이 없는 승부라면, 주눅 들기보다는 배짱 있게 다가가는 것이 오히려 승산을 높이는 길이다.
starburyn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