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유럽 복귀한다더니, 행선지는 상파울루?". K리그를 뒤흔들었던 '피리 부는 사나이' 제시 린가드(34)가 마침내 무직 신세를 청산했다. 갈 곳 없어 방황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잉글랜드도, 이탈리아도 아닌 브라질의 명문 코린치안스였다.
코린치안스는 6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린가드를 영입했다"라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6년 말까지이며, 성적에 따라 2027년까지 연장되는 옵션이 포함됐다. 서울 유니폼을 벗은 지 3개월 만에 찾은 새 둥지다.
사실 린가드의 브라질행은 ‘플랜 A’가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과의 계약을 마치고 자유 계약(FA) 신분이 된 린가드의 목표는 명확했다. 딸과 가까운 유럽으로 돌아가 명예를 회복하는 것. 그는 친정팀 웨스트햄을 시작으로 미들즈브러, 셀틱, 레인저스 등 무려 7개 구단에 직접 “나 좀 써달라”며 역제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차가운 ‘노(No)’였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와 높은 몸값, 그리고 실전 감각에 대한 의구심이 발목을 잡았다. 오죽하면 김기동 서울 감독이 “자신만만하게 큰 곳으로 가겠다더니, 이럴 거면 그냥 여기 있지 그랬냐”라며 헛웃음을 지었을 정도다. 유럽에서 외면받은 린가드에게 마지막 동아줄이 된 것이 바로 브라질 시장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린가드를 브라질로 이끈 건 한국에서의 성적표였다. 코린치안스는 린가드가 서울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리그 10골 4도움을 기록하며 성실하게 뛰었던 점을 높게 평가했다. 린가드는 브라질 입성 직후 *공항에서 팬들이 외치는 열정에 전율을 느꼈다. 훈련 시설도 최고다”라며 특유의 친화력을 과시했다.
코린치안스에는 반가운 얼굴도 있다. 맨유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멤피스 데파이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린가드는 이적 전 데파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팀 분위기를 확인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77번 등번호를 단 린가드는 이제 삼바 군단의 일원으로 데파이와 다시 한번 ‘맨유 듀오’의 화력을 뽐내야 한다.
브라질 언론 ‘글로브’는 “린가드는 한국에서 새로운 문화에 완벽히 적응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코린치안스는 그의 기술적 역량이 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K리그에서의 ‘모범생’ 이미지가 브라질행의 결정적 티켓이 된 셈이다.
유럽 복귀라는 꿈은 잠시 접어뒀지만 축구 열기만큼은 세계 최고인 브라질에서 린가드가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과연 린가드는 상파울루 한복판에서 다시 한번 피리를 불며 ‘관종’이 아닌 ‘스타’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린가드의 브라질 정벌기가 이제 막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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