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일본 괴롭힌 한국야구, 3년 전 '도쿄돔 참사'와 달랐다[WBC]

스포츠

뉴스1,

2026년 3월 07일, 오후 10:34

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일본에 8대6으로 패배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류지현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년 만에 펼쳐진 숙명의 한일전에서 팽팽한 승부를 펼쳤으나 뒷심 싸움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1라운드 C조 2차전에서 일본에 6-8로 석패했다.

비록 패했지만, 한국은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펼치며 일본을 괴롭혔다. 안타는 9개를 생산해 7개를 친 일본보다 2개가 더 많았다.

한국 투수들도 일본의 강타선을 상대로 선전했다. 2023 WBC와 지난해 K베이스볼시리즈 1차전처럼 제구 난조로 사사구를 남발하진 않았다. 다만 실투 4개가 홈런 4개로 이어진 부분이 아쉬웠다. 또한 볼넷 6개 중 4개가 7회말에 집중됐던 부분이 아쉬웠다.

라이벌전답게 이번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한국은 1회초 빅리거 선발 투수 기쿠치 유세이를 상대로 안타 4개를 몰아쳐 3점을 따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도영, 저마이 존스, 이정후가 3타자 연속 안타를 쳤고, 문보경은 2사 1, 2루에서 시원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인 일본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일본은 곧바로 한국 선발 투수 고영표를 두들겼고, 한국 벤치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3회말까지 홈런 네 방을 맞고 3-5로 뒤집혔을 때까지만 해도 3년 전 '도쿄돔 참사'의 악몽이 슬며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23 WBC 한일전에서도 한국은 3회초 먼저 3점을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으나 곧바로 3회말 4점을 허용, 우위를 잃었다. 그리고 투수들이 제구 난조로 볼넷을 남발하고 두들겨 맞으면서 격차가 벌어져 4-13으로 대패했다.

한국의 피안타는 13개였고, 사사구는 9개에 달했다. 타선 역시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4-6으로 추격하다가 6회말 대거 5점을 내준 뒤 남은 세 번의 공격에서 모두 삼자범퇴를 당했다.

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김혜성이 4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동점 투런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6.3.7 © 뉴스1 구윤성 기자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4회초 공격에서 김혜성이 1사 1루에서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사와무라상 수상자 이토 히로미의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투런포를 터뜨렸다. 비거리 125m짜리 벼락같은 한 방이었다.

자칫 흐름을 완전히 넘겨줄 수 있던 상황에서 김혜성이 귀중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후 경기는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고영표에 이어 등판한 젊은 투수들도 한층 성장, 일본의 강타선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다. 4회부터 6회까지 조병현, 손주영, 고우석이 1이닝씩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대등하게 잘 맞섰지만, 팽팽한 균형을 먼저 깬 건 일본이었다.

잘 버티던 한국 마운드는 볼넷 때문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6회말까지 볼넷 두 개만 내줬지만, 7회말에만 고의볼넷 포함 볼넷 4개를 남발하며 흔들렸다.

박영현이 2사 3루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고의볼넷으로 내보낸 뒤 강판했고, 바뀐 투수 김영규가 제구 난조로 연속 볼넷으로 실점했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높은 직구를 던졌다가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5-8로 벌어졌다.

한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꽁꽁 묶였던 타선은 8회초 이정후의 2루타로 활로를 뚫었고, 김주원이 1타점 적시타를 치며 도쿄돔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8회말 대한민국 선두타자 이정후가 안타를 친 뒤 2루까지 진루하고 있다. 2026.3.7 © 뉴스1 구윤성 기자

제구가 흔들린 마쓰모토 유키를 상대로 2사 만루까지 만들었다. 장타 한 방이면 역전이 될 수 있던 절호의 기회였지만, 김혜성이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상대의 예리한 싱커에 삼진을 당했다.

아쉽게 운도 따르지 않았다. 9회초 1사에서 저마이 존스가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중견수 슈토 우쿄의 '슈퍼캐치'에 잡혀 마지막 공격의 실마리가 끊겼다.

졌지만 잘 싸운 한 판이었다. 일본도 8회초 마쓰모토가 김혜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기 전까지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 꿋꿋하게 버티며 반격하는 한국에 적잖이 당황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아직 일본이 우세한 게 사실이지만, 한국도 더 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3년 전보다 한 단계 성장한 부분은 소기의 성과였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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